오바마 고별연설에 지지자들 전국 각지서 모여…"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 오마바 고별연설/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55)가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연설'을 듣기 위해 10일(현지시간)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로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밝았습니다.
8년 전 '희망'(Hope)과 '변화'(Change)를 외치던 때의 열광적 분위기와는 달랐지만, "최선을 다한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고, 따뜻한 배웅을 하고 싶다"는 지지자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에는 아침부터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으나, 도심 남부 미시간호변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오후 8시(현지시간)에 시작되는 행사를 보고자 전국에서 모여든 취재진은 오후 2시가 넘어서부터 긴 줄을 늘어섰습니다. CNN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에서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처음 입문한 때부터 오바마를 커버한 시카고 베테랑 기자들까지, 행사 관계자는 취재진이 약 7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시카고 트리뷴 정치전문 기자를 지내고 오바마 선거 전략가·백악관 선임고문 등으로 일한 데이비드 액설로드 시카고대학 정치연구소장도 눈에 띄었습니다.
오후 5시 일반인 출입문이 열리고 지지자들이 행사장에 들어차면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됐습니다. 주최 측은 이날 모인 인원이 1만4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오바마가 8년 전 약속한 '희망'과 '변화'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낫 리얼리(Not really).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문을 연 시카고 출신 흑인 중년남성 하룬 라자이는 "미국 사회에 아직도 흑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역사의 한 획을 그었고,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나름대로 긍정 평가했습니다.
시카고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에서 가족과 함께 참석한 스티브 딕스(43)는 "오바마 대통령이 떠나는 길에 지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 오바마에 투표했다. 당시 내 기대는 물론 더 컸고, 오바마 대통령이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을 가로막는 이들에 맞서 최선을 다했다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시카고 시의원 데릭 커티스는 "해결되지 않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나가야 할 '올바른 방향'(right direction)을 제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사회의 자랑이자 자긍심"이라며 "내가 살아있는 동안 또다시 흑인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고별연설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았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마티 로저스(21)는 "대통령 연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나왔다"면서 "(대통령과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석권한) 앞으로 4년은 정부와 의회 간 협력이 잘 되겠지만, 미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요란한 음악에 덮여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면서 함성이 되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끝은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는 고별연설을 하는 동안 객석 곳곳에서 "4년 더" "아이 러뷰" 등 다양한 격려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공과를 떠나 지지자들에게 오바마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었습니다.
연설이 끝나고 퇴장했던 오바마
행사가 끝난 후 중년 여성 제시카 델카는 "오바마 대통령이 언젠가는 시카고로 다시 돌아와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우리 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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