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는 것보다 더 프랑스적이다?”
무슬림 여성이 입는 전신수영복 부르키니(부르카+비키니) 착용 금지 논란으로 들끓는 프랑스에서 공화국 상징인 ‘마리안느(Marianne)’를 놓고 또다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BBC와 가디언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리안느는 민중을 먹여살렸기 때문에 가슴을 드러냈다. 마리안느는 자유로웠기때문에 베일을 쓰지 않았다. 이게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마리안느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등장한 여인의 상징물이다.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여성 이름이었던 ‘마리’와 ‘안느’를 합친 말로 민중을 상징한다. 19세기 왕정과 공화정이 교차하는 정치적 혼란기를 거치며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가치를 나타내는 여성상으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주요 관공서 건물에는 예외없이 마리안느 흉상이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
발스 총리의 마리안느 발언은 여성의 몸을 가리는 부르키니가 ‘자유’와 같은 프랑스 공화국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것으로 해석된다. 발스 총리는 부르키니 금지 조치에 대해 “부르키니는 여성 노예화에 토대를 둔 세계관을 반영한다”며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발스 총리 발언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SNS에서도 “프랑스 역사와 상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롱과 야유가 쏟아졌다. 프랑스혁명 전문가 마틸드 라레르는 “마리안느를 여권(女權) 상징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보 천치같은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라레르는 “마리안느의 드러난 가슴은 자유를 표현하기 위한 예술적 비유일 뿐”이라며 “모든 마리엔느가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옷을 입고 있는 마리
정치권도 발스 총리 비판에 가세했다. 세실 뒤플로 전 주택장관은 마리안느가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의 상징이었던 원뿔 모양의 ‘프리지아 모자’를 썼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리안느가 베일을 쓰지 않았다는 발스 총리 발언은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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