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끝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유럽과 러시아가 신냉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주도의 나토가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에 냉전 이후 최대 병력을 파병하겠다고 밝히자 러시아는 유럽이 새로운 ‘철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8~9일 바르샤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 접경 4개국에 최대 5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키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커지는 군사적 위협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다.
미국이 폴란드에 1000명의 병력을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고, 영국과 독일은 각각 650명과 500명의 병력을 보낼 계획이다. 이는 냉전 이후 나토의 가장 큰 규모의 군사력 증강이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파병 결정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러시아 문제에 있어 나토 회원국들이 단합돼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가 러시아를 대상으로 안보 결속을 강화한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가져올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브렉시트로 서방의 안보 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럽은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정책에 힘을 보태며 나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은 미국에 기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밖에 미국은 유럽에 배치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통제권의 나토 이양에도 승인했다.
반면 나토의 파병 결정에 러시아는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알렉산더 그루시코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새로운 ‘철의 장막’을 세우는 것에 비유하며 “대립의 소용돌이를 부를 위험이 있다”고 비난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나토는 냉전을 ‘뜨거운 전쟁’으로 악화시키려는 준비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토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군사훈련과 군사자문도 2017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당초 올해 안에 아프간 주둔군 규모를 감축할 계획이었으나 탈레반이 지난해 아프간 북부 지역을 재점령하는 등 건재를 과시하자 이를 재고하게 됐다. 현재 아프간에는 39개국에서 파병된 1만3000명의 병력이 군사훈련 및 자문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토는 또 아프간에 대한 재정지원을 2020년까지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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