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 국교가 정상화됐는데도 쿠바를 탈출해 미국으로 향하는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국교정상화 이전 쿠바는 미국의 적대국이었다. 이때는 미국이 쿠바 지도부를 압박하고 체제 전복을 위해 쿠바인들의 탈출을 부추기는 관대한 이민정책을 폈다.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wet foot-dryfoot)’ 정책이다. 쿠바를 탈출한 보트피플이 해상에서 적발되면 국제법에 따라 송환하지만 일단 미국에 상륙 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말 미국과 쿠바가 화해하면서 더이상 미국이 쿠바 독재자를 압박하거나 쿠바 체제를 흔들 필요성이 사라졌다. 국교 정상화로 쿠바인들은 난민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미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미국은 1990년대부터 유지해 온 ‘젖은 발, 마른 발’ 정책 폐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쿠바인들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미국에 입국하는것보다는 난민 자격으로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활용하는게 영주권 확보가 훨씬 쉽다는 점이다. 국교정상화로 ‘젖은발 마른발’ 정책이 사라지기전에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밀항 쿠바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지난 1년간 쿠바인 밀항자는 4만3159명으로 이전 1년간 유입된 밀항자(2만4278명)의 거의 두배에 달했다. 지난 94년 쿠바인들이 독재정권 압제와 경제위기를 피해 뗏목을 타고 탈출했던 당시보다 3배나 많은 숫자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인 멕시코,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파나마, 에콰도르 등 인근 국가는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쿠바 난민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니카라과가 쿠바 난민 통행을 막아서면서 4만여명의 쿠바인이 코스타리카에 발목이 잡혀있는가 하면 1000여명의 쿠바인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파나마 국경 소도시는 ‘비상사태’를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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