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권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폴란드와 중남미 신흥국 과테말라에서 드라마 같은 정치이변이 일어났다.
가난한 ‘광부의 딸’과 정치문외한 코메디언이 정치거목을 선거에서 꺾고 국가정상으로 선출됐다. 부패를 일삼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반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감세·복지확대 등 포퓰리즘 공약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25일 실시된 폴란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보수성향 법과정의당(PiS)이 39%를 득표, 현 집권당인 중도 성향의 시민강령(PO)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AP와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8년 만에 정권교체를 달성하고 신임총리에 오른 승리 주역은 52세 여성의원 베아타 시들로다. 시들로 총리 당선자의 라이벌은 주요 부처 장관을 수차례 지낸 PO당 정치노장이자 현 총리인 에바 코파츠(59)였다. 폴란드 남부 시골 도시 오시비엥침(과거 아우슈비츠)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이번 총선에서 “연금 수급 연령을 낮추고, 은행 및 외국인 소유의 마트 등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 기업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며 소위 ‘경제민주화’로 덧칠한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다 폴란드내 팽배한 반(反)난민 정서를 파고드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성향을 보였다. “여당이 정권을 연장하면 난민이 넘쳐 흘러 국민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조성하는 등 난민에 대한 반감을 교묘히 선거에 이용한게 적중했다는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통해 보수당 전통 지지층인 카톨릭신도층을 집결시키고 빈곤층, 공무원까지 지지층을 넓히며 승리를 쟁취했다.
같은 날 실시된 과테말라 대선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정치 무명의 코미디언 출신 지미 모랄레스가 이끄는 보수성향 정당인 국민통합전선(FCN) 후보(46)가 알바로 콜럼 전 대통령 부인인 국민희망연대의 산드라 토레스(59)후보를 72%라는 압도적 득표로 꺾은 것. 군사독재가 끝난 1985년 이후 가장 큰 표차다. 올해 4월 첫 출마를 결심했을때 그의 지지율은 불과 0.5% 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치 풍자쇼 등을 진행했던 모랄레스는 최근 전 대통령과 부통령이 연루된 세관 뇌물 비리가 터진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이 확산된 점을 이용,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극빈층 가정에서 태어난 모랄레스는 국립 산 카를로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마땅한 직장을 찾지못하는 어려움을 겪은뒤 희극배우로 전향했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과 토레스 후보를 향해 이번 총선서 ‘반부패, 반도둑(Neither a Corrupt, Nor a Thief)’이라며 돌직구를 날리며 인기를 끌어올렸다. 중산층 감세, 무상보육, 부자증세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도 힘을 발휘했다. 또 모든 어린이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한다거나 교사들이 제대로 교육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하겠다는 개그와 같은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폴란드 시들러 신임총리나 과테말라 모랄레스 대통령 당선자 모두 선거 승리를 도와준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늦 점이다. 시들로 신임총리에게 베팅한 사람은 PiS당수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66)다. 그는 2010년에 비행기 사고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으로 폴란드 보수우파 정치 거목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카친스키가 다시 화려하게 정계로 복귀하면서 시들리 총리가 카친스키 당수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 당선자에게 정치자금과 조직을 대준 국민통합전선(FCN)은 군부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모랄레스 자신은 아니더라도 그의 주변 인물들은 다 부패했다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좌파정권 교체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아르헨티나 대선은 최종 결과가 다음달로 미뤄지게 됐다. 크리스티나
[이지용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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