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헤더 타트로프(31·여)는 작년 말 JP모간을 그만두고 체그(Chegg)라는 디지털 교육업체에 취업했다.
3년 전 JP모간에 들어갈때만 해도 글로벌 금융중심지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한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근무조건이나 성장 가능성 등 측면에서 IB 보다 IT기업이 훨씬 매력적이란 사실을 알게됐다.
타트로프는“고속 승진의 기회, 그리고 나이·직책에 상관없이 주어지는 의사결정권과 그에 따른 책임 등이 IT기업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13일(현지시간) CNN 머니 등에 따르면 미국 유명 MBA 졸업생 가운데 ‘뱅커(Banker)’ 대신 ‘테크 괴짜(Tech Geeks)’이길 선택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졸업생의 14%가 IT업체에 들어갔다. 이는 5년 전 6%에서 2배 이상 늘어나 수치다. 같은 기간 IB로 간 졸업생 비중은 21%에서 14%로 감소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의 경우 1년 전보다 6% 증가한 18%가 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기간 월스트리트로 간 졸업생 비중은 35%에서 27%로 줄었다.
유명 MBA를 졸업한 엘리트들의 선호 직장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IT업체 근무조건이 IB 보다 낫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니버섬 조사에 따르면 MBA 졸업생이 IT업체로부터 기대하는 평균 초봉은 9만8000달러(1억1500만원)다. 보너스와 주식 등 옵션을 제외한 순수 연봉이다. 반면 IB에서 근무할 경우 8만7000달러(1억원) 초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주일 근무시간도 테크업체가 48시간인 반면 IB는 51시간이다.
금융업계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IT업체로 가는 것도 MBA 졸업생들의 생각을 바꿔놓는데 한 몫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구글로 자리를 옮긴 루스 포랏 최고채무책임자(CFO)와 블랙스톤에서 에어비앤비로 이직한 로렌스 토시 CFO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금융업에 대한 인식은 지난 2008년
이처럼 IT업체 취업에 대한 졸업생 수요가 늘자 코넬대 존슨 MBA는 구글과 함께 1년짜리 ‘테크 경영’ 과정을 개설했고, 하버드와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은 벤처 스타트업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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