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하,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우리 경제 영향은?'
↑ 위안화 평가절하/사진=MBN |
중국이 자국 수출 부양을 위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11일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2298위안으로 제시해 전날의 6.1162위안보다 1.86% 높게 고시해 사실상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켰습니다. 이는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절하폭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위안화 가치는 약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수차례 지급준비율 인하 등에도 경기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추가 부양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온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가마저 폭락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됐습니다.
◇ 환율전쟁 심해지나…위안화 추가 절하 전망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도 비슷한 자국통화 절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와 한국, 인도 등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습니다.
크레디트아그리꼴 CIB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절하는 글로벌 환율전쟁에 참전하겠다는 인민은행의 열의를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은 "경쟁적인 통화 절하 모멘텀이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교역은 둔화하고 있어 위안화 절하로 머지않아 다른 중앙은행이 비슷한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도쿄 소재 모넥스 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선임 전략가는 "다른 아시아 통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사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이미 통화 및 재정, 주가 부양책을 썼으며 위안화 절하만 유일하게 동원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안화 절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달러와 한국의 원화, 대만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날 중국의 조치는 통화 평가절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양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환율전쟁과 연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전쟁을 하려면 통화 및 경제 상황 등을 살피지 않고 가치를 특정 목적에 맞춰 변동시켜야 하는 이번 절하 조치는 누가 봐도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무라타 마사시 환율 전략가는 "인민은행의 위안화 기준 변경은 한 번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새로운 평가 절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심의 분위기가 남아있다"고 전했습니다.
◇ 아시아 외환시장 '쇼크'…원/달러 3년2개월 만의 최고치
아시아 외환시장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통화가치가 일제히 수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한국의 원화가치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9원 오른 1천179.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12년 6월5일(1천180.1원) 이후 최고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태국 바트화와 싱가포르 달러, 필리핀 페소화 등은 수년래 최저치로 하락했습니다.
위안화 절하 조치 후 바트화는 달러화에 대해 0.7% 떨어져 35.30바트를 나타냈고, 싱가포르달러는 달러당 1.2% 하락해 1.40 싱가포르달러를 보여 각각 6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필리핀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45.89페소로 떨어져 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습니다.
호주달러는 달러화에 대해 1센트 이상 떨어져 0.7453달러에서 0.7314달러로 낮아졌습니다.
외환트레이딩업체인 오안다의 스티븐 이네스 선임 트레이더는 "아시아 지역 전반에 걸쳐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고 이 지역의 모든 통화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헹쿤호우 선임 외환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아시아 통화의 약세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둔 달러화 강세 때문만이 아니며 이 지역의 취약한 국내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위기감이 커졌고 변동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경기부양과 SDR 편입이 위안화 절하 배경
전문가들은 시기적으로 볼 때 지난 주말 나온 수출 등 중국의 거시 지표가 부진했던 것이 이례적인 위안화 절하 조처의 배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했다. 6월에는 2.3% 증가했었습니다.
수입은 8.1% 줄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3분기 상대적으로 수출 부문에 강한 하강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젠친그룹의 황자쥔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의 최대 목적은 수출의 뒷받침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나온 7월 경제지표는 한결같이 좋지 못했고, 12일 발표될 예정인 주요 경제지표도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위안화 거래를 더 개방하고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이라는 인상을 심
코메르츠방크의 저우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의 조치가) 지난 주말의 부진한 무역 지표에 대한 대응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SDR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시장 중심의 매커니즘을 가질 필요가 있고, (환율의) 변동성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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