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회사의 중요 일상업무를 챙기며 CEO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했던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존재감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맥도날드, 시만텍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자리를 속속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CEO의 책임이 강화되자 보고라인을 직접 챙기려는 움직임과 함께 기술발달에 따라 경영시스템까지 변화되면서 COO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포춘500대 기업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편입 기업 가운데 COO를 둔 기업은 지난 2000년 48%에서 2013년 35%로 감소했다.
COO란 회장 또는 CEO의 바로 아래서 회사의 일상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결정을 행하는 최고 책임자를 말한다.
한국에선 부사장이 COO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과거 애플에서 고 스티브 잡스가 CEO로 활동할 때 팀쿡이 맡았던 자리가 COO였다. 팀쿡은 잡스가 투병할때 CEO 역할을 대행했고 사망 후 곧바로 CEO자리를 승계했다. 이 때문에 COO자리는 CEO로 가는 약속된 코스로 평가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몇년새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팀 펜튼 COO가 은퇴한 후 후임을 따로 뽑지 않고 기존의 부사장 2명에게 업무를 분배했다. 트위터도 최근 알리 로가니 COO가 물러난 뒤 자리를 없앴다.
올들어서는 카메라 업체인 고프로의 니나 리차드슨 COO가 자리에 물러났다. 보안업체인 시만텍도 최근 회사를 분사하면서 COO자리를 없애버렸다. 필름 업체인 코닥은 지난 2012년 이후 COO를 두지 않고 있다.
이처럼 COO자리가 점점 없어지면서 다른 기업에서 COO를 맡고 있는 임원들도 회사실적이 출렁일때마다 ‘정리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좌불안석하고 있다.
COO가 경영일선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는 데는 과거에 비해 CEO의 달라진 역할이 큰 배경이 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기업회계 감사 기준인 ‘사베인-옥슬리법’을 강화하면서 회계부정이나 부패 등 발생시 CEO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이 때문에 예전 같으면 COO들이 보고받고 결정내렸던 사소한 경영판단까지 직접 CEO가 챙기면서 COO 역할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또 이메일과 각종 사내 경영데이터시스템 구축으로 CEO들이 직접 미시경영이 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통상 후계자로 인식되는 COO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