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인도가 이제 곧 닥쳐올 몬순(우기)을 걱정하고 있다. 인도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도 중앙은행(RBI)이 2일 통화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7.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과 3월 예정에도 없는 회의를 열어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내수 생산역량이 낮고 경기 지표들이 혼조된 모습”이라며 “침체된 투자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발표된 1분기(1~3월) 인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5%를 기록해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기존 인도 정부 발표와 달라 통계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세부 경기 지표들을 살펴 보면 대부분 부진해 인도 정부 통계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 수출은 5개월 연속 하락했고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본투자 대출 규모 역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경기 둔화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일각에서는 인도 중앙은행이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87%로 4개월래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 부담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는 우기다. 이날 라잔 총재는 “우기 기간 동안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6~9월) 몬순 기간 이후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6~9월 우기의 강우량은 인도 곡물 생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인도 CPI 바스켓에서 식료품 비중은 47.6%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변동폭이 작황에 따라 널뛰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RBI가 섣불리 금리인하를 추진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인도 증시는 RBI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에도 2% 이상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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