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미국 경제가 올들어 주춤거리자 월가 거물들이 잇따라 미국경제 모멘텀이 훼손될수도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4조7,000억달러(5,12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주무르며 월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강달러가 미국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주에 공개할 블랙록 연례보고서를 통해 핑크 회장은 “가파른 달러 오름세가 미국 경제 신뢰를 훼손하고 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핑크 회장은 “미국이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는 아니지만 많은 미국 대기업들은 해외매출 비중이 높다”며 “강달러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이는 결국 미국 경제 미래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말까지 9개월간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대비 25% 급등한 상태다.
핑크 회장이 강달러가 수출뿐만 아니라 미국경제 전체를 뒤흔들수 있다는 위기론을 들고 나온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핑크 회장이 저유가 호재를 등에 업은 미국 경제·주식시장에 대해 강한 낙관론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핑크 회장이 입장을 바꾼것은 강달러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달러때문에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3월 고용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온데다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월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단순한 소프트패치(일시적인 경기둔화)이상의 성장둔화세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된 배경이다.
핑크 회장은 통화완화정책이 자산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연준이 만들어놓은 저금리 추세속에서 보수적인 연기금까지 고수익을 좇아 주식 등 더 위험한 상품투자를 늘리는 등 자산거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연준내 발언권이 큰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준 총재도 미국 경제가 달러강세와 저유가때문에 상당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6일 뉴저지주 뉴왁에서 기업인 대상 강연을 통해 더들리 총재는 “강달러추세가 올해 미국 성장률을 0.6%포인트 까먹는 등 미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significant shock)주고 있고 유가하락은 에너지 투자감소를 초래해 미국경제활동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좋지 않은 3월 고용지표, 시장 예상을 밑돈 제조업·소매판매 수치 등 최근 미국 경제 약세흐름이 추가적인 경기둔화로 연결될지 여부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초미 관심사인 금리인상시점과 관련, 더들리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는 앞으로 나올 지표에 달려있다”며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완벽하게 예측할수 없기 때문에 인상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더들리 총재가 그동안 올해 중반께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던것과 비교하면 금리 인상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는게 월가 진단이다.
세계최대 채권운용사 핌코 CEO를 지내며 뉴노멀(새로운 기준) 조어를 만들었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관은 주식시장 거품이 과도하게 커졌다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엘 에리언 자문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자산가격을 매우 높은 수준(very elevated levels)으로 끌어올려놨다”며 “인플레이션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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