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영어의 우월적 지위를 애써 외면했던 프랑스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프랑스 최고의 명문인 국립행정학교가 사상 처음으로 입학시험에 영어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프랑스 정부가 고급 공무원을 키우기 위해 1945년에 설립한 국립행정학교입니다.
3년제 대학원으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현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를 배출했습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프랑스 문화 장관에 오른 플뢰르 팰르랭을 포함해 프랑스 고위 관료가 대부분 이곳 출신으로, 프랑스 엘리트 교육기관 가운데서도 최고 명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국립행정학교가 사상 처음으로 입학시험에 영어를 반드시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영국과 패권 경쟁을 했던 프랑스는 그동안 영어가 국제무대에서 주요 언어로 쓰이는 데 대해 못마땅해했지만, 결국 영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겁니다.
국립행정학교 교장인 나탈리 르와소는 2018년부터 영어를 입학 필수 시험에 넣겠다며,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2006년 EU 정상회담에서 프랑스인이 영어로 연설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갑자기 퇴장하며 프랑스어를 지키도록 싸우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프랑스 정치인들의 부끄러운 영어 실력에 질타가 이어지면서, 결국 프랑스인의 자부심인 프랑스어 지키기는 현실과의 타협이 불가피해졌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