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이 정면 충돌했다.
다음달 중국 방문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 외교수장 앞에서 이번 사태를 공식 거론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면서 양국간의 새로운 외교쟁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양자 회동을 한 자리에서 홍콩 시위를 놓고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회동에 앞서 "오늘 논의할 의제에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홍콩 시위문제가 들어있다"며 "중국도 알다시피 우리는 기본법에 따른 홍콩시민의 보편적인 참정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어 "최고로 가능한 자치와 법치에 의해 지배되는 개방된 사회가 홍콩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홍콩 당국이 강경 진압을 자제하고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는 권리를 존중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그동안 정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시위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피력해왔으나 중국 외교수장 앞에서 공식적 입장을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왕이 부장은 "중국 정부는 이번 문제에 매우 강하고 분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해왔다"고 전제하고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부문제"라며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모든 국가는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것은 국제관계를 운영하는 데서 가장 기본적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특히 "어떤 나라와 어떤 사회, 어떤 개인도 공중질서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며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이고 홍콩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또 "우리는 홍콩 특별행정구 당국이 현 상황을 적절하게 다룰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미·중관계 전반에 대해 "미·중 관계는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배와 같다"며 "모든 것이 순항할 수는 없으며 그 도중에 다양한 위기와 도전과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국은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빨리 갈 수 있도록 추동력을 넣어야 하지만 숨겨진 바위와 모래톱을 피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서로 신뢰하고 오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다음 달 초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릴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양자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논의를 벌였으나 홍콩 시위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이어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와 국제보건의료, 중동, 북핵 위협 등 국제 및 지역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그러나 이 면담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예고없이 합류해 양국간 현안에 대한 입장을 주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미국은 홍콩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홍콩 당국과 시위대 간의 입장차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시위대에 대한 홍콩 당국의 강경진압을 자제하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다음 달 방중을
백악관은 3자간의 면담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은 홍콩의 안정과 번영, 보편적 참정권, 홍콩 국민들의 열망에 필수적인 개방적 시스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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