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이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계기로 ELT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자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40조원 규모 신탁 시장을 잃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 판매라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고, 금융당국이 이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
다만 사실상 ELT에 대한 '총량규제'가 더해진 것이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불편한 시각도 없지 않다. 올해 11월 말 판매잔액 이내로 판매량이 제한되면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소수의 금융소비자들에게만 투자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 간 경쟁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ELT 판매량이 은행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ELT 누적 발행액은 KB국민은행 18조2000억원, 신한은행 9조9000억원, KEB하나은행 9조7000억원, 우리은행 7조8000억원, NH농협은행 4조8000억원 등이다. 상대적으로 ELT를 많이 발행한 KB국민은행이 판매잔액도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총량규제하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11월 판매잔액 이내에서 허용하는 것은 은행 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ELT가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히려 은행 자체적으로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을 유도해 상품의 위험성을 줄이고,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LT는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대규모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당국은 시중자금이 은행 ELT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7년 말 26조6000억원이었던 은행의 ELT·DLT 판매잔액은 올해 8월 42조8000억원까지 급격히 불어났다. 시중 자금이 자본시장·실물경제 등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할 금융당국 입장에서 ELT는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국내외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것이어서 '비생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ELT 판매수수료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판매수수료는 대략 1% 안팎이다. 은행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대신 안정적인 수익에만 매달리는 것이 은행이나 금융시장 전체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다는 인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난도 상품이 사모펀드에 담기면 은행 판매가 제한되는 것인데, 신탁은 은행 신탁의 특수성을 인정해서 은행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보완책에서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의 기준도 명확하게 규정했다. 파생금융상품 등이 포함된 복잡한 상품이면서 원금손실률이 20%를 초과할 수 있는 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정의했다. 다만 기관투자가 간 거래이거나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은 고난도 금융상품 범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상품구조가 복잡하더라도 원금의 80% 이상이 보장된다면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실물투자상품이나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 주가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펀드 등 단순한 구조의 상품은 원금을 20% 넘게 잃을 수 있더라도 고난도 상품 범주에 넣지 않는다
투자자 성향 분류의 유효기간도 당초 발표안(1∼3년)보다 단축해 1∼2년으로 확정됐다. 또 금융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도를 실제와 다르게 낮춰 판매하는 행위가 추가됐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