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개발·제조 전문기업 에스디생명공학에서 등기임원들도 모르는 이사회가 수차례 열렸고 위조된 의사록를 통해 부실 자회사에 무단으로 자금을 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상장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자금을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의 횡령 의혹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그해 10월 신설법인인 애니코스의 유상증자에 10억원을 투입해 지분 83%를 확보, 자회사로 편입했다.
같은해 12월에는 12억원의 시설자금을 일시 대여했다. 애니코스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 4억원, 순손실 3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소규모회사다. 적자 회사에 지분 투자와 시설자금 등을 댄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이듬해 2월 돌연 애니코스의 지분 10억원 가운데 9억4000만원 가량을 제3자에게 매각하고 지배권을 상실, 계열회사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계열 분리 이후에도 자금 대여는 이어졌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8억9000만원, 55억6000만원을 애니코스에 운영자금을 명목으로 대여했고 이후 올해 2월에도 시설자금 15억원을 투입, 근 2년 간 총 111억5000만원을 애니코스에 수혈했다. 2분기 말 기준 대여금 잔액은 51억5000만원이다.
문제는 에스디생명공학이 이사회를 전혀 열지 않고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자금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상법 상 자금 대여 등 자금계획 및 예산 운용은 제393조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에스디생명공학 전 임원은 재직기간 중 관련 사항에 대해 이사회 참석 통지를 받은 적이 전혀 없으며, 해당 이사회 의사록은 모두 위조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에스디생명공학에 재직했던 이 임원은 "소집통보도 받지 못해 참석할 수도 없었고 당연히 찬성할 수도 없는 이사회에 마치 참석해 찬성한 것으로 해 본인의 인장을 찍어 위조한 이사록을 총 4회에 걸쳐 허위 공시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50회가 넘는 이사회가 열린 것을 알고 위조여부를 파악하고자 이사회의사록 전체를 열람 및 등사를 요청했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금을 수혈 받은 애니코스는 에스디생명공학의 최대주주인 박설웅 회장과 그의 아내가 등기임원으로 있어 개인적 이득을 위해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애니코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7년 법인 설립 당시부터 사내이사에 박 회장과 그의 처가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전 임원은 "부실회사에 자금이 수혈된다는 점을 묵인했다면 당시 등기임원이었던 본인 또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것"이라면서 "사측에서는 이사
한편, 이와 관련해 에스디생명공학 최대주주 및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질의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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