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택시기사로 일한 남편이 번 돈 1억5000만원을 우리은행 직원 말만 믿고 넣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융민원을 상담한 60대 할머니의 절규다.
18일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이 할머니가 남편이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은행 직원 말만 믿고 맡겼는데 망연자실해 전화를 걸어왔다"며 "통화 내내 비통했다"고 말했다.
은행만 믿은 투자자들의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얘기다.
오는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60.1%의 원금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을 이 상품에 넣었다면 4000만원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이 상품은 만기 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 경우 연 3.8%에서 최고 연 6%까지 수익이 나지만,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상품 약관에 따르면 만기 사흘 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최종 수익률을 정한다. 독일 국채금리는 16일 기준 -0.511%로 마감됐다.
우리은행의 전체 DLF 판매 규모는 1236억원으로 만기가 19일인 DLF는 134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속속 들린다. 50대 A씨의 경우 "우리은행 PB와 친구 사이라 믿고 1억원을 넣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올해 4월 19일 우리은행 직원 권유로 6개월 만기 DLF에 가입했다. 다음 달 19일이면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이 예상되고 있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A씨는 "상품 가입 때 친구인 PB로부터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은퇴자금을 비롯해 자녀 결혼자금 등 DLF 투자자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일부는 남편이나 아내 몰래 투자한 경우도 있어 말도 못하고 속을 태우고 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도 오는 25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면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현재 DLF 불완전 판매 금융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대부분이 은행 직원 말만 믿고 투자해 낭패를 본 경우다.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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