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경영참여 분쟁 ◆
29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KCGI의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자문의견서를 작성하고 이를 고객사인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발송했다. 통상 기관투자가들은 보유 종목 수가 많아 주총 개별 안건에 대한 찬반을 일일이 결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같은 의결권 자문기관 권고에 따라 주총 안건에 대한 투표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의결권 자문계약을 맺은 기관투자가 중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경우 이번 주총에서 KCGI 제안에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의견서는 KCGI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중 일부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10.81%와 계열사 (주)한진 지분 8.03%를 확보한 뒤 한진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 강성부 KCGI 대표 |
KCGI가 요구한 한진그룹 유휴자산 매각 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보완을 요구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호텔·리조트 사업과 이와 관련한 유휴자산에 대한 매각은 좀 더 신중한 장기 밸류에이션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적자 사업부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접거나 관련 자산을 매각하는 것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개선을 위한 방향에 맞는 유휴자산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등이 보유한 호텔·리조트 사업이 현재 적자가 나고 있지만 경영을 잘할 경우 이를 흑자로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이 때문에 이를 무작정 팔기보다는 향후 이익이 나는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더욱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KCGI의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중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 설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 분사 뒤 기업공개(IPO)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한진 계열사는 임원 보수를 결정짓는 보수위원회 같은 전문위원회가 없는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사외이사 중 60%가 법무 및 세무법인 경력 사외이사로 채워져 있는 등 다양성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KCGI는 한진칼 이사회 내에 지배구조위원회, 보상위원회 그리고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설치해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KCGI가 요구한 계열사 토파스여행정보 IPO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 분사를 통한 IPO에 대해서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각 계열사의 대규모 투자 결정에서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또 대한항공과 한진, 한진칼 등에서 대표이사인 총수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어 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사안별로 엇갈린 권고안을 내놓으며 오는 3월 예정된 한진그룹 계열사 주총에서도 엇갈린 표 대결이 예상된다.
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28.72%에 불과하다. 반면 KCGI(10.71%)를 비롯해 국민연금(7.34%), 크레디트스위스(3.92%), 케이프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5.77%) 지분이 외부로 알려진 기관투자가 지분율은 총 27.74%에 달한다. 여기에 강성부 펀드는 최근 한진칼과 (주)한진을 대상으로 주주명부열람 가처분신청을 하며 소액주주 결집에 나선 상태다. 지분 5% 미만을 보유해 상세 지분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 소액주주 지분 등은 총 43.54%에 달한다. 이들의 표심 향방에 따라 한진칼 주주총회 결론 역시 판이
한편 이날 KCGI는 "한진그룹에 대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 분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2조원 규모 국내 항공정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