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될 정도로 장기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자 단기채에 매도(숏) 포지션을 취하고 장기채에 매수(롱) 포지션을 취한 채권 헤지펀드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주로 주식 매매에만 익숙했던 롱숏 전략이 채권 투자에서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2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신한BNPPH2O글로벌본드 펀드(언헤지형)는 지난해 10월 말 설정 이후로 3.89%, 최근 1개월간은 1.29% 수익률을 기록했다. 안정된 수익률로 주목받으면서 최근 펀드 설정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신한BNPPH2O글로벌본드 펀드가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평균 1%대에 불과한 해외 채권형 펀드를 훨씬 능가하는 성과를 거둔 이유는 단기와 장기 채권에 따라 다른 포지션을 취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기존 채권형 펀드는 금리 하락이나 신용 스프레드 축소 때만 성과가 발생하지만 채권 헤지펀드는 롱숏 전략을 통해 절대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채 숏, 장기채 롱 포지션은 단기 금리가 오르고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수익률은 더욱 확대된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채권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단기 금리는 소폭 올라가는 가운데 향후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장기 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말 3.07%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2.72%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초에는 미국 2년물 국채 금리가 5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자 장기 국채를 매수한 전략이 성과를 낸 것이다.
이 펀드는 미국 국채뿐만 아니라 유럽과 신흥국 국채·회사채까지 다양하게 담아 시장 방향성과 상대 가치 전략에 따라 롱숏 포지션을 달리한다. 독일 국채에선 숏 포지션을 취하고 이탈리아 국채에선 롱 포지션을 취한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탁하진 신한BNPP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장은 "이탈리아 국채에 대해 10년물 위주로 롱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예산안 합의에 성공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해소되자 10년물 국채 금리가 3.7%에서 2.7%까지 낮아져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이득을 봤다
채권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 통화도 담아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크게 5개 주요 통화 그룹으로 나눠 최근에는 미국 달러에 대해서는 롱 포지션을, 캐나다·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는 숏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