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A카드사는 최근 카드 모집인 숫자를 절반가량 줄이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기존 모집인 1200여 명 가운데 600명을 내보내는 것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수수료 인하에 따른 피해액이 연간 당기순이익에 육박할 정도로 컸다"며 "마케팅 비용만 줄여서는 회사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도 카드 모집인 숫자를 최소 20~30% 이상 감축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해 놓은 상황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 회원 모집을 강화해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모집인 숫자가 이미 미미한 회사는 오프라인을 통한 회원 모집을 아예 중단한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회원 모집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면 2차적으로 콜센터와 발급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도 순차적으로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모집인 숫자는 1만5078명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국면이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은 2016년 이후 설계사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들의 수수료까지 낮추는 등 역대 최고 수위 개편안이 발표된 만큼 모집인 수 감소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통계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는 올해 2분기 모집비용으로 총 2745억원을 썼다. 한 회사당 평균 343억원에 달한다.
카드 신청인에게 발급된 카드를 배송하는 인력도 상당수 줄어들 전망이다. 비용 감축을 위해 은행계 카드사들은 배송 방식을 버리고 지점에서 카드를 전달하는 방식을 확대할 예정이다. 전업계 카드사도 지역 거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배송 인력은 소위 '어르신'으로 불리는 은퇴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이들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번 개편 과정을 통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사용 시 발생하는 대손 비용도 카드사 부담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7~10등급 저신용자의 대손 비용을 가맹점 수수료 원가(적격비용)로 인정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편안에서 7~10등급 대손 비용을 수수료 원가에서 제외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저신용자에게서 이용액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발급 절차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 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신용자 카드 발급 여부는 카드사가 심사와 판단을 거쳐 결정하는 만큼 가맹점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드사는 적정 회원 숫자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저신용자 발급 숫자를 급격히 줄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더 철저한 심사를 하게 되면 발급 수는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7~10등급 저신용자는 총 376만명이다. 이 가운데 신용카드 거래 내역이 있는 인원은 162만명에 불과하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밴사들도 이번 인하 조치에 타격을 입게 됐다. 밴사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가맹점 수수료를 줄이면 밴사 수익도 하락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밴사 대리점들은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온 카드 결제 단말기 교체나 관리 서비스 등을 모두 유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리점들이 출동비와 관리비
밴사 관계자는 "카드 결제가 많은 대형 가맹점은 계속해서 무료로 유지하지만 영세 가맹점은 기존에 내지 않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할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