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이 같은 빅딜에는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줄 FI 지원이 필요한데 CJ제일제당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부동산 등 알짜 자산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내년부터 슈완스 영업이익이 CJ제일제당에 연결로 잡히면 사상 첫 '1조클럽'도 노려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CJ제일제당 종속회사 CJ푸드는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슈완스를 2조881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CJ푸드는 슈완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미국 현지 특수목적법인이다.
이번 거래는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올 들어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중에도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오디오업체 하만(9조3000억원)이 최대어였다. CJ제일제당 공시 이후 이 업체가 2조원 넘는 인수 대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증권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금 조달 계획에 국내 FI들이 빠져 있어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 재무 상태가 악화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계속된 투자로 회사 재무 여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빅딜로 인한 자금 지출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감에도 이 종목 주가는 20일 기준으로 M&A 공시 이전(14일)보다 1.7% 오른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우려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자산을 매각하면서 쌓아놓은 현금과 곧바로 유동화할 수 있는 알짜 땅을 확보해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당초 이번 빅딜은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CJ제일제당이 FI와 접촉해온 것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 CJ제일제당이 자금 부담 등을 고려해 슈완스의 홈서비스 사업부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부담이 줄었다. 홈서비스는 적자 사업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M&A 총액 3조원이 2조1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여기서 슈완스의 자체 차입 조달 계획(5500억원)을 제외하면 CJ제일제당이 순수하게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5500억원으로 줄어든다. CJ제일제당은 FI에게 보장해줘야 하는 수익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 금액이 1조원 가까이 줄어들게 돼 결국 FI 도움 없이 자체 조달로 급선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빅딜에서 FI가 없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CJ제일제당이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사업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해둔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제약 부문인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면서 1조3100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2154억원이나 쌓였다. 이후 차입금 등을 상환하며 9월 말 6308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5908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믿는 구석은 알짜 땅이다. 현재 시장 가치로 650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용지와 2000억원 가치를 지닌 영등포 제분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슈완스가 보유한 자체 현금도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슈완스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미국 전역에 인프라스트럭처와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이 헬스케어를 매각하고 나서 차입금을 상환하고도 지난해 말보다 현금이 늘어났다"며 "이 같은 현금과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부동산, 슈완스 현금 등이 1조7800억원에 달해 M&A 대금은 외부 차입
향후 일부를 차입해도 재무 상태가 우량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70%에서 올해 9월 말 131%까지 낮아졌다. 이번 M&A로 CJ제일제당은 만두 등 냉동식품 유통망이 미국으로 확장돼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