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경영권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업 면에선 우량한 중소기업이지만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 존폐 위기에 놓인 기업을 대상으로 지분 투자에 나서고 적합한 후계자를 찾아 중개까지 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께 약 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한 바 있는데, 현재 조기 소진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투자자금을 2배 늘린 2호 펀드를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이 서울 소재 기계공구기업 A사와 손잡고 절삭공구 제조사인 B사를 인수했다. 총매입가는 수백억원대로, 이 가운데 기업은행은 IBK-TS 엑시트 사모펀드(Exit PEF)를 통해 일부 투자했다. 경남 창원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30년 이상의 오랜 업력을 자랑할 만큼 절삭공구 제작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회사 창업주는 평소 주거래은행이던 기업은행 영업지점에 매각을 의뢰해 전략적투자자(SI)였던 A사와 연을 맺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B사의 사업 역량을 높게 보고 지분 일부를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경영권 승계자로 A사를 연계해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이때 투자 자금처로 활용된 펀드가 바로 지난해 12월 TS인베스트먼트와 만든 IBK-TS 엑시트 사모펀드였다. 기업은행이 309억원을 출자하는 등 대표 유한책임투자자(LP)이자 운용사(GP)로 참여했다. TS인베스트먼트도 이 펀드에 30억원을 투자함과 동시에 기업은행과 함께 공동 운용사(Co-GP) 역할을 맡았다. 이 밖에도 IBK캐피탈이 해당 펀드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LP 7곳이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 펀드는 기업은행이 기업의 가업승계 등 엑시트(투자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PEF를 조성한 첫 사례다.
이정환 기업은행 사모투자부장은 "이 펀드가 만들어지기 직전 해인 2016년 당시 본사 조사 결과 매각을 희망하거나 추진 중인 중소기업 1만2000여 개 가운데 12%가량이 적합한 경영권 후계자를 찾지 못해 승계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 창업주의 엑시트를 돕는 한편, 해당 기업의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SI를 매칭해주는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 펀드가 투자를 완료한 기업은 B사 외에도 방위산업 정보기술(IT) 솔루션 전문기업인 '솔트웍스'가 있다. 지난 3월 기업은행은 이 펀드를 통해 솔트웍스에 8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경영권 승계가 어려운 기업에 직접 투자했던 B사 건과 달리 솔트웍스가 가업승계 리스크를 겪고 있던 케이에이티라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기업은행이 대신 조달해주는 구조로 이뤄졌다. 즉 솔트웍스가 방위산업 관련 부품제조사인 케이에이티를 인수하면서 자금 조달 한계에 직면하자, 기업은행이 IBK-TS 엑시트 사모펀드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이 부장은 "엑시트 사모펀드는 우량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한다는 목적하에 경영권을 직접 인수하기도 하지만,
기업은행은 내년 초에 총 1000억원 규모의 2호 PEF를 설립할 계획이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