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1곳이 이름을 바꾼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부쩍 사명 변경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주식시장을 강타했던 바이오주 열풍에 편입하기 위해 회사명에 '바이오'를 삽입한 상장사가 5곳에 달했다.
실제로 사업구조를 과감히 바이오 중심으로 바꾸려는 기업도 있지만 일부는 일단 사업목적에만 바이오를 추가한 수준이다. 자동차용 피혁 제조사인 와이비로드는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명을 웰바이오텍으로 변경해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김치유산균 연구업체인 바이오제닉스코리아 지분 28%를 사들인 뒤 아예 모회사 이름까지 갈아치운 것이다.
주가는 변경 상장 당일 14% 이상 오르는 등 '반짝 효과'를 봤으나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이 밖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암니스도 지난 2월 폴루스바이오팜으로 이름을 바꿨다. 셀트리온 출신들이 경영진으로 참여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스닥에선 바이오제네틱스(옛 유니더스), 우정바이오(옛 우정비에스씨), 바이오닉스진(옛 닉스테크) 등이 이름에 '바이오'를 새겨 넣었다. 국내 대표적인 콘돔 제조업체로 유명했던 유니더스는 지난해 말 창업 2세인 최대주주가 지분을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으로 넘겼다. 이후 이 회사는 기존 콘돔 사업에다 여신금융업, 대부업 등을 추가했고, 최근엔 바이오케스트라는 이름의 계열사를 만든 뒤 30억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간판을 바꿔 단 지난 1월 중순 이후에만 130%나 상승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말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에 지정됐으나 주가는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다.
실험동물 관련 사업을 하는 우정비에스씨도 우정바이오로 사명을 교체한 지난 10일 하루 12%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닉스테크 역시 원래 보안 솔루션 업체였으나 바이오 신약 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이름을 바이오닉스진으로 바꿨다. 아직 바이오 사업이 구체화된 단계가 아님에도 바이오닉스진의 올해 주가상승률은 무려 467%에 이르고 있다. 시가총액도 순식간에 1800억원에 육박하게 됐지만 이 회사는 최근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처럼 바이오를 간판에 내건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는 이름에 '바이오'가 들어간 상장사가 도합 43개에 이르게 됐다. 사명에 '생명과학'이 포함된 기업은 7개, '팜'이 들어간 기업도 12개에 달한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진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주 급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데 주가 조정 시 구체적 사업이 없는 곳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개별업체의 사업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명 변경 시 최대주주 지명도를 강조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티슈진이 '코오롱티슈진'으로 모회사 이름을 집어넣었고,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 그룹에 편입되면서 '카카오M'으로 간판을 교체했
또 코스닥 상장사인 디비케이는 자사 제품인 '듀오백'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이름을 아예 듀오백으로 변경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블록체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애초 사명인 '넷마블'로 되돌아갔고,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행남자기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행남사'로 바꾸기로 했다.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