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캐피탈이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확 높이면서 캐피털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B캐피탈은 중고차 부문 성장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629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이다. 올 상반기에 KB캐피탈 중고차금융(대출+할부) 규모가 45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현대캐피탈 중고차 부문 실적(5600억원) 대비 1100억원가량 적은 것이다. 지난해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 간 중고차금융 규모가 각각 1조1000억원, 7500억원을 기록해 격차가 4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그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KB캐피탈이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중고차 부문에서 현대캐피탈을 조만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캐피탈 실적이 일취월장한 것은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내놓은 모바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순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은 신차금융보다 중고차금융 영업에 주력한 데 따른 것"이라며 "KB차차차 성공이 중고차금융 실적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KB차차차는 헛걸음 보상제 등으로 고객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8월 말 현재 방문객 1800만명을 돌파했다. 헛걸음 보상제는 해당 매물이 허위매물로 드러나면 고객에게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중고차 딜러들이 온라인에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고객이 실제로 방문하면 "해당 매물이 없다"며 다른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고객 불만이 큰 상태다. 이에 KB차차차는 허위매물을 올린 딜러를 퇴출시켜 고객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우리은행을 새 주인으로 맞은 아주캐피탈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어 캐피털업계 판도가 현대캐피탈 독주 체제에서 '3강 체제'로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춘원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영입한 아주캐피탈은 자동차금융 지점을 기존 3개에서 전국 광
역시 단위인 6개로 확대하고 5년 만에 신입사원도 새로 충원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 시장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캐피털업계에서도 자연스럽게 현대캐피탈 독과점 구도가 완화되고 있다"며 "현대캐피탈과 중고차·수입차 위주 영업을 펼치는 다른 캐피털사 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