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영 연금가치본부장 |
펀드매니저가 직접 굴리는 공모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연간 수조 원씩 자금이 빠지면서 위기를 맞는 가운데서도 신영자산운용만큼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는 지난 16일 기준 설정액이 16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펀드가 처음 출시된 이래 불과 3주 만에 막대한 자금이 몰린 것이다. 출시 한 달까지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 달을 채우면 2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설정 이후 수익률은 -1.8%로 북한 리스크에 따른 주식시장 조정으로 일단 마이너스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4.2%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평균보다는 2%포인트 이상 높은 성과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가치주 펀드인 '신영마라톤'의 경우 대형주 비중이 60%, 중소형주 비중이 40%다. 반면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주 비중이 80%(코스닥 10% 포함)로 월등히 높다. 다만 중소형주 펀드라고 해서 대형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나머지 20%는 대형주가 포함돼 있다.
이 펀드의 담당자는 18년 경력의 베테랑 펀드매니저인 원주영 연금가치본부장(43)이다. 그는 1999년 첫 직장으로 신영자산운용에 입사한 이래 꾸준히 제자리를 지켜왔다. 신영자산운용의 장기 가치투자 철학과 빼닮은 모습이다. 공모펀드로는 초창기 마라톤펀드와 테마펀드인 통일펀드를 굴렸고, 주로 사모펀드 운용에 전념해왔다.
원 본부장은 "지난 2년간 중소형주의 가격 부담이 많이 낮아졌다"면서 "이제는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빛을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중소형주 투자에 자신감을 나타낸 이유는 중소형주의 주가 수준이 낮아진 것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출범 이후 주요 정책들도 중소형주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 공정거래 활성화, 법인세 인상 등은 모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정책이고 특히 새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경기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중소형주 반등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전망 때문에 신영중소형주 펀드 포트폴리오의 약 40%는 유통·음식료·제약 등 내수주로 구성돼 있다. 북한 리스크,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상화 움직임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이다.
원 본부장은 "신영중소형주 펀드가 담은 종목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0~11배 수준으로 시장 평균치보다 훨씬 저평가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주가가 싼 종목들은 시장이 조정을 받아도 조정폭이 훨씬 낮아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대다수 투자 종목의 시가총액이 1조원 미만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주의 특성을 감안해 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을 넘으면 잠정 판매 중단(소프트 클로징)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는 "원칙 있는 가치투자로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