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도 낮은 편이라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 오름폭이 커지면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아파트 중도금대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경제 전반의 '금리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 여신 잔액은 762조2869억원으로 지난해 말(724조5424억원)보다 5.2%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최대치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은행권을 제외한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된다. 절대적 수치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빠르다. 올해 1~4월 증가액인 37조7445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29조373억원)보다 7조원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로 대출이 늘어나면 연간 증가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증가액(87조7581억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5월 들어서 2금융권 대출 증가폭은 더욱 커졌다. 금융감독원 자체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5월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3000억원으로 3월(3조3000억원), 4월(3조8000억원) 대비 증가폭을 키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정의 달인 5월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5월 대출 증가 규모는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정부와 은행권이 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린 '풍선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원금 분할상환, 고정금리 의무화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순차적 도입이 은행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2금융권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김광석 삼정KPMG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 관련 대출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생계비 마련 차원의 저소득층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며 "저소득층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돈을 빌리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아파트 중도금대출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도금대출 잔액은 2013년 1분기 말 2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말 48조2000억원, 올해 1분기 말 61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집단대출은 크게 중도금대출, 잔금대출로 나뉘는데 올해 1월 1일 입주자 모집 공고분부터 잔금대출은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중도금대출은 이 같은 고정금리 유도 대상이 아니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가 오름폭을 키우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 높아진 상태다. 2009년 한은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뒤 실제 금리 인상은 1년 뒤인 2010년 7월에 단행됐지만 시장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에 0.5%포인트나 상승한 바 있다. 한은은 변동금리 대출이 70%를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이 4조6000억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 상대적으로 은행권에 비해 대출이자 수준이 훨씬 높은 2금융권 대출자들은 '금리 충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은행금융기관
[전정홍 기자 /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