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해당 사업 성과가 높아지며 '곳간'이 풍부해져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같은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쌓인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 상장사의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분석한 결과 1조원이 넘는 곳은 45곳으로 나타났다. 45곳 중 최근 2년 연속 현금이 증가한 곳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1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18곳의 지난 12일까지 올해 주가 상승률은 평균 16.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2.8%)보다 높았다. 특히 18곳의 '현금왕' 중 LG전자(57.4%) 삼성전자(27.1%) 미래에셋대우(27.6%) 메리츠금융지주(26.1%)의 주가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25.9%)과 대한항공(25.4%) 수익률은 코스피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사를 제외할 경우 주가 상승률 '빅3'는 LG전자, 삼성전자, 대한항공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주가는 최근 52주 신고가 행진을 펼치며 고공 행진 중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지만 가전 사업이 실적을 끌어올리며 현금을 쌓아왔다.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4년 말 2조2444억원에서 2년 새 7707억원이 늘어 작년 말 처음 3조원을 넘겼다.
여기에 올해 들어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부가 1분기 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MC사업부는 작년 한 해 1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이었다. 올 2분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LG전자 스마트폰은 1분기 미국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시장 역대 최대 점유율이자 삼성전자(24.6%)를 가시권에 두게 됐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MC사업부가 지난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최근 미국, 중남미시장 공략으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업 강화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비와 판매·관리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MC사업부마저 흑자 전환한다면 주가 상승세에 더 불이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이 배당 기준일 주가의 몇 %인가를 나타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 세 번째 규모인 30조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배당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배당보다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주주환원책에 주력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주식이 줄어들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현금배당보다는 간접적 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5000억원가량 순매도하고 있는데 이는 부족한 배당성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주가가 상승세다. 2014년 말 7966억원에 불과하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작년 말 1조899억원으로 늘어났고 환율 효과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은 4500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700%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1178%에 달한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효과와 유상증자가 재무 상태에 반영되면 부채비율이 700% 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