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내 20개 증권사에 적용됐던 옛 NCR 규제를 신 NCR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에 공포돼 즉시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4월 말 기준부터 대형 증권사들이 신 NCR를 적용받게 된다.
NCR는 금융투자업자가 재무적 곤경에 처했을 때 자체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전성 규제이다. 높을수록 그만큼 건전성이 높다는 의미다. 옛 NCR는 총 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로 계산한다. 증권사가 위험자산에 투자할수록 분모인 총 위험액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NCR 값이 크게 떨어져 증권사가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반면 신 NCR가 도입되면 영업용순자본에서 총 위험액을 뺀 값인 잉여자본을 업무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신 NCR 적용 시 대형 증권사들의 NCR는 1000%포인트 이상 증가하게 된다.
옛 NCR는 증권사가 위기에 닥쳤을 때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지표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과도하게 가혹한 규제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신 NCR는 현재 시점에서 증권사의 추가 투자 여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다 현실성이 높다는 게 시장 평가다.
이번 규제 완화로 증권사의 기업 금융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당국이 경영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150%(신 NCR)로 바뀌면 증권사가 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은 18조원이다. 이는 이전 기준인 200%(옛 NCR)를 적용했을 때 11조2000억원보다 6조8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허욱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부장은 "신 NCR 체계가 2014년 도입됐지만 장외파생상품 매매 업무 인가를 받은 국내 20개, 외국계 13개 등 33개 증권사는 여전히 옛 NCR 규제를 받아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르면 4월 말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들의 기업에 대한 장기 대출 여력이 커지게 된다. 동일 투자 금액이라 할지라도 안전한 투자건은 낮은 위험을 반영해 총 위험액을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IB 촉진 방안이 법제화될 경우 자금 여력은 더욱 늘어난다. 이르면 6월 말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된다. 이 경우 증권사가 최대 한도로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자금여력은 23조3000억원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5곳이 자기자본(23조3000억원)의 2배 한도로 어음을 발행해 기업금융에 50%
초대형 IB의 투자 관련 규제가 추가로 완화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비율은 최대 10%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원활한 수신 업무를 위해 부동산 투자 규모가 커져야한다는 업계 의견이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