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기를 끌었던 선불카드 사용액이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선불카드 사용액은 3800억원으로 2015년(4928억원) 대비 1128억원(22.9%) 급감했다. 지난 2006년 이후 10년래 최저치다. 5년 전(1조5674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다.
일정 금액을 충전해 이용할 수 있는 카드로 보통 선물용으로 거래돼 '기프트카드'로도 불리는 선불카드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것은 카드사 입장에서 낙전 수입(카드 잔액)이 사라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선불카드를 사용하면 통상 남은 잔액은 환불받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카드사가 선불카드를 통해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낙전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을 개정, 선불카드를 60% 이상 쓸 경우,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도록 하면서 낙전수입이 거의 사라졌다. 게다가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선불카드 미사용 잔액을 여신협회가 만든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도 낙전수입을 확 줄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낙전 수입을 주로 기대하고 발행했는데 이제 관련 수익이 줄어들면서 매력이 줄어들었다"며 "카드사들이 마케팅이나 영업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계속 발급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사고가 잇따르는 등 관리도 어렵다. 지난해초 중국 해커 조직이 선불카드 정보를 사들인 뒤 이를 활용해 온라인몰에서 사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신협회는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카드 뒷면 마그네틱선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안을 도입했지만 카드사 입장에서 발급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게 돼 부담이다
선불카드 발급처 제한과 사용 분야의 한계도 시장 축소를 가져왔다는 진단이다. 선불카드는 정보보안 문제로 온라인 발급이 중지된 상태라 가맹점 등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발급이 가능하다. 또 자체 상품권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선불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곳이 유통업체들도 많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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