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무려 24년 만에 이뤄진 은행업 신설 인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 만큼 은행 임직원과 금융당국 모두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K뱅크는 사업을 주도하는 KT(지분율 8%)와 우리은행(10%), GS리테일(10%), 한화생명(10%), NH투자증권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DGB금융그룹도 자회사인 DGB캐피탈을 통해 뱅크웨어글로벌의 K뱅크 지분(3.2%)을 인수하고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K뱅크는 이르면 내년 1월 말 영업에 들어간다. K뱅크는 출범 원년이 될 내년도 대출 목표를 4000억원으로 잡았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이날 금융위에서 본인가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내년도 여신 목표는 4000억원이고 10년 후엔 자산 15조원 규모의 넘버원 모바일 은행이 될 것"이라며 "흑자 전환까지는 4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심 행장은 "아직 수신·대출금리의 구체적 수치가 확정되진 않았다"면서도 "100% 비대면 은행이고 다른 은행과 달리 인력이 적고 부동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서 오는 이익을 고객에게 상당 부분 돌려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심 행장은 "개인 금융 외에 외환송금 등 서비스는 내년 말에 시작할 계획"이라며 "기업 금융은비대면으로만 처리하기 어려워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K뱅크는 시중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인터넷 뱅킹 서비스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요 주주인 IT기업들의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해 '진짜 모바일 은행' 개념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놓았다.
우선 기존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과 비교해 훨씬 편리하게 계좌를 10분 안에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한다. 또 KT가 보유한 통신요금 납부 기록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교한 신용평가로 보증보험을 끼지 않고 업계 최저 수준 금리로 중금리 대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용자들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카드망 대신 은행망을 이용하는 직불방식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주사인 GS리테일이 운영 중인 2만500여 개 GS25편의점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해 계좌 가입과 체크카드 발급 등에 활용한다. 또 모바일 기반 주택담보대출이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해외 통신사 제휴를 통한 전화번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도 출시하는 등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본인가는 받았지만 K뱅크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은행법에 포함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 문제다. 현재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을 4%밖에 소유하지 못하게 돼 있어 사업을 주도해야 할 KT 지분이 8%에 불과한 상태다. 현재 250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증자를 통해 본격적인 영업에 필요한 5000억원 이상 수준으로 늘리려면 은행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 소유한도를 기존 4%에서 34~50%까지 높이는 특례법이 발의된 상태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연내 본인가를 신청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영업을 개시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K뱅크 인가로) 금융당국의 심사 경험이 쌓인 만큼 카카오뱅크 역시 빠른 시간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먼저 출발한 K뱅크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게 출범 준비를 서두를 계획"이라고
국내 인터넷은행 출범은 다른 금융 선진국에 비해 시기가 크게 늦은 편이다. 1995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금융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중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단기 대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