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총액 기준 국내 16위 대기업집단인 LS는 그룹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전선 및 동제련 사업 악화로 2011년 이후 실적이 감소하고 있지만 최근 국제 경영환경은 LS그룹이 긴 암흑기를 벗어날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LS 주가는 이날 6만1800원을 기록했다. 전날 대비 0.48% 하락했지만 3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올해 1월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지난 11월 9일 4만9950원(종가 5만11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트럼프가 당선된 후 이틀 만에 6만원까지 치솟았다. OPEC 감산 합의 직후인 12월 1일엔 6만27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전날 대비 2.96% 상승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LS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885억원으로 시장 전망치(1042억원)를 크게 밑돌았지만 목표주가는 7만1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이는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미국법인 슈피리어에식스(SPSX)와 트랙터 제조 자회사 LS엠트론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시대에 LS그룹이 내부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곳이 SPSX다. 이 회사는 LS전선을 통해 2008년 인수한 회사로 지난해 기준 통신선 분야 북미시장 점유율 18%(1위), 세계시장 점유율 9%(1위)를 기록했다. 넥상스(프랑스), 프리즈미안(이탈리아) 등 글로벌 전선회사들이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활동이 저조했기 때문에 트럼프 시대에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미국시장에서 상대적으로 LS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트럼프 당선 이후 (주)LS 주가는 5일까지 20.9% 상승했다.
전체 매출액은 줄어들었지만 LS가 국내시장에 치우쳐 있던 판매처를 여러 해외시장으로 다변화해왔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2014년 기준 전체 매출액 중 한국시장 비중은 68%(8조5072억원)에 달했으나 올해 3분기 기준 54%(4조5418억원)까지 줄었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17%(2조782억원)에서 24%(2조21억원), 중국은 같은 기간 4%(5411억원)에서 8%(6650억원)로 늘었다.
OPEC 감산 합의로 석유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LS그룹에 기회다. 저유가로 그동안 정체돼 있던 중동의 플랜트 투자가 재개될 경우 LS전선 등 관련 기업의 대규모 수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취약한 재무구조는 LS그룹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2009년 이전 SPSX 등에 대한 지분 투
이 과정에서 2007년 1조5737억원에 불과했던 순차입금은 2011년 5조5983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을 4조8225억원까지 줄였으나 주력 자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