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마이너스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22일 KB·미래에셋·삼성·키움·한화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5곳에서 각각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내놨다.
이미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레버리지 ETF와 달리 오랫동안 '금단의 상품'으로 여겨졌던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올해 초 금융당국이 ETF 활성화를 위해 파생상품의 위험평가액 산정 방법을 완화하면서 등판이 가능해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7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인 종목 상위권에 인버스 레버리지 ETF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기간 'KODEX200선물인버스2X' ETF는 개인투자자가 1229억원어치를 담아 순매수 종목 4위에 이름을 올렸다. 'TIGER200선물인버스2X' ETF도 개인투자자가 558억원을 순매수하며 7위를 기록했다. ETF 강자인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인버스 레버리지시장에서도 양강을 유지하는 가운데 'KBSTAR200선물인버스2X'(32억원)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KODEX인버스 ETF를 7억5000만원어치 샀고, TIGER인버스 ETF 순매수 규모는 20억원에 그쳤다. 기존에 인버스 ETF를 거래하던 개인들이 2배짜리 인버스 레버리지 ETF로 갈아타면서 고위험 성향을 보인 것이다.
출시 전부터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버스 레버리지 ETF가 하락장에서 유용한 방어 수단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았다. 다만 상장 이후 다소 변동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코스피가 상승 국면을 보여주는 시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꾸준히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 상장 전에 2030대에 머물던 코스피는 같은 기간 2050대에서 2060대 후반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웬만큼 코스피가 하락하지 않는 한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고 있다"며 "현 지수대에 대한 부담이 분명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이 처음 순매도에 나선 시점은 지난달 30일로 이날은 코스피가 1.21% 빠졌다. 그다음으로 높은 하락률을 보였던 지난 7일(-0.56%) 개인들은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팔았다.
일각에서는 불가피하게 팔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루 지수 변동폭의 2배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이 이틀 연속 상승하면 손실폭은 기간 수익률의 2배 이상 확대된다"며 "최근 코스피 상승장 속에서 손실이 커지다 보니 추가 매수를 통해 큰 하락장에서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기관들에 비해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변동성이 큰 상품에 집중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투자 패턴"이라며 "단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ETF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투자자의 요구가 많았던 지수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 드디어 출시됨에 따라 국내 ETF 거래량은 한 단계 레벨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