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시중·지방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4차 금요회'를 열고 은행 건전성과 영업행위 규제 개선을 위한 입법예고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은행업 감독 규정을 연내에 개정해 은행 대손준비금을 자본비율 산정 시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은행은 보통 여신이 부실화할 것에 대비해 이중 완충 장치를 만든다. 특정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질 때 번 돈의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는 것이 첫 번째 장치다. 두 번째는 대손충당금 외에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이익 일부를 부실에 대비해 더 쌓아두라고 요구하는데 이때 은행이 따로 모아놓는 자금이 대손준비금이다.
이처럼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이라는 이중 장치를 통해 갑작스레 부실 자산이 늘어나더라도 자본비율이 급격히 악화되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중 장치는 한국과 호주만 도입해서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은행들이 대손충당금만 쌓는 다른 나라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금을 대손준비금이라는 형태로 적립해야 돼 자금 운용에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 별도로 적립한 대손준비금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보통주 자본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국내 은행이 해외 은행과 비교했을 때 자본비율이 과소계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대손준비금이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받으면 은행 자본비율이 높아져 자산건전성이 크게 좋아진다.
다만 대손준비금 전액을 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매 분기 말을 기준으로 은행이 자체 예상하에 적립한 대손충당금과 실제로 상환 불능 상태에 빠져 회계상 손실처리한 비용(충당금) 간 차액을 금감원이 규정하는 대손준비금에 가감한 금액을 자본으로 인정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반기 대손준비금은 2조3000억원이지만 우리카드의 대손준비금 약 3500억원을 제외하고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받는 자금은 1조9000억원이다. 금융위는 대손준비금의 자본 인정으로 지난 1분기 말 현재 11.06%인 국내 은행 보통주 자본비율이 0.9%포인트 상승해 11.96%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자본비율도 13.98%에서 14.58%로 0.6%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대손준비금 적립액이 많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KDB산업은행의 경우 자본비율 상승 효과를 크게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부실이 많았던 NH농협은행이나 자본비율이 8.46%로 낮은 IBK기업은행도 이번 조치에 대한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자본비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은행은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자본 확충에 나설 필요가 줄어들게 된다. 증자 리스크가 낮아진다는 얘기다.
이병건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1팀장은 "은행 자본적정성이 올라가므로 자본 확충을 위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덜 하게 된다"며 "아울러 기업 신용등급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본입찰을 앞둔 우리은행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본비율이 비교적 낮은) 우리은행은 KEB하나은행과 더불어 자본비율 우려가 큰 곳 중 하나였는데 이번 조치
금융당국이 대손준비금을 자본으로 인정하게 된 것은 최근 조선·해운 등 기업여신 부실에 따른 자본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현재 8.625%가 기준인 BIS 자기자본비율을 2019년까지 10.5%로 올려야 한다.
[김효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