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열풍을 일으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반 토막 나며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던 브릭스 펀드가 최근 재조명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유가가 반등하며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가 일부분 회복됐고, 중국 증시도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일어서자 수익률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수익률 하락을 경험한 가입자들이 최근 차익실현 차 환매해 설정액은 빠지고 있지만 원유·원자재 상승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보유를 지속해도 좋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브릭스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4.6%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 0.8%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3.0%)에 비해서도 1.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수익률도 6.2%로 뛰어올라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지역별로 구분해도 중국(홍콩H) 6.2%, 브라질 5.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이다. 브릭스에 중국과 브라질이 포함된다는 점을 비춰볼 때 사실상 국내외 주식형 펀드 중 선두권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달 새 국제 유가가 20% 가까이 급등하고 최근 들어 원유 생산량 동결 기대감까지 더해진 게 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월 초 배럴당 26.2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48.10달러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사이의 생산량 동결 논의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은 다음달 26~28일 알제리에서 개최되는 국제에너지포럼(IEF)에서 생산량 동결에 대한 비공식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과 원유, 육류 및 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수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은 브라질 경기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브라질은 지난 4월과 5월, 7년 만에 월간 경상흑자를 기록했고 7월까지의 무역수지는 282억달러로 2006년의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펀더멘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브릭스 펀드의 설정액은 빠지고 있다. 브릭스 펀드 설정액은 이달 들어 246억원 감소했다. 이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전략팀장은 "브릭스 펀드 가입자들은 주로 2007~2008년 가입한 사람들로, 신규 유·출입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그동안 저조한 수익률에 머무르다 올 들어 상승하니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달 말 상원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최종표결이 진행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원자재 랠리가 계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보유 기간을 늘려도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지역의 경우 원자재 가격 향방에 크게 영향을 받는 브라질과 러시아보다는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최근 중국 증시로는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이 중국 선전거래소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허용)'이 연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 인도는 단일 소비세(GST)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