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20일(16:16)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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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예상가격 대비 매각자 측이 팔고자 하는 가격과의 괴리가 크다는 게 주된 이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조기 매칵키로 결정 했지만, 투자금액 대비 절반가량을 손해 보면서까지 팔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이 승인되면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공식화됐다. 그러나 하이투자증권 몸값을 두고 매각자 측에서 생각하는 가격과 시장 예상 매각가격 격차가 커짐에 따라 벌써부터 난항을 겪을 조짐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현재 시장에선 하이투자증권 매각가를 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 최대 6000억원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7146억원)에 주당순자산비율(PBR) 0.8배를 적용하면 매각 대상이 되는 대주주 보유 지분 가치가 대략 5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이 보유 중인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의 1분기 말 기준 장부가는 8261억원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황이 호전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앞서 현대증권 인수전 때처럼 예상 밖 흥행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오히려 현대중공업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매각에 나서지 않는 이상 장부가에 버금가는 가격을 줄만한 후보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당시 CJ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 7050억원(하이자산운용 별도)과 유상증자 4111억원을 합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1조1161억원을 투입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격대로라면 현대중공업그룹이 감수해야 하는 투자 손실은 최대 6000억원이 넘는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이 2008년 당시 CJ로부터 증권을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얘기가 많았었다”면서 “이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손실을 입으면서까지 하이투자증권을 팔진 않겠다는 게 현대중공업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부가 이하로 매각할 경우 현금 유입에는 긍정적이지만, 회계상으로는 오히려 장부가 대비 매각가 차익 만큼 투자손실을 반영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시장에선 적정 가격이 도출되지 않으면 매각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혹은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과 함께 패키지로 묶여있는 하이자산운용 등을 별도로 매각할 수 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자기자본 3조원대 한국형IB를 꿈꾸는 주요 증권사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될 수 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대비 웃돈을 지불해야할 명백한 근거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산운용만 원하는 후보자가 의외의 가격을 내놓을 경우 증권과 따로 매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가격 손실을 어느정도로 보고 매각 하한선을 정할지가 앞으로의 흥행 여부를 판가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