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최대 주가지수 사업자 MSCI는 15일(한국시간) 이 같은 견해를 담은 연례 시장 분류 결과를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도 유보됐다. MSCI는 그러나 내년 6월 정기 분류 이전에 일부 제도를 개선하면 비정기적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이날 긴급 점검회의에서 "단기간에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이뤄지기는 어렵게 됐다"고 밝혀 한국은 승격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MSCI 선진지수 검토대상국 편입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다.
협상 도중인 지난 2월 정부 대표단장을 맡은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이 교체된 점, 원화 거래시간 확대나 지수 사용권 문제를 놓고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한국거래소 등 협상단 내부에서 입장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 등 허점이 상당히 노출됐다는 평가다.
1월 중순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지고 같은 달 말 금융위가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협상은 우호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음달 초 당시 협상단장을 맡았던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의 국방대 교육파견이 확정되고 같은 달 22일 김태현 신임 자본시장국장이 임명돼 협상 바통을 이어받았다. 20일 가까이 대표단장이 공석이었던 셈이다. 자본시장정책 책임자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자리는 최근 4년 새 5명이나 바뀌었고 평균 재임기간은 10개월에 불과해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화 거래시간 확대는 애초부터 기재부가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로 이해됐지만 주가지수 사용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금융위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거래소와 사전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MSCI 측은 원화 환전성은 물론 주가지수 사용권에 대해서도 '0점 수준'이라고 혹평하면서 검토대상국 재편입조차 무산된 것이다.
레미 브리앙 MSCI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이날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정부가 몇 가지 제도 개선을 보여줬지만 이는 2017년에나 시행되는 것이고 원화의 환전 불편, 한국거래소의 지수 데이터 사용 제한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은 한마디로 '시계 제로'라 할 정도로 어둡다. 그동안 가능성이 반반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던 금융위의 정은보 부위원장도 이날 오전 긴급 점검회의에서 "단기간에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이뤄지기는 어렵게 됐다"고 실토했다.
정 부위원장은 "원화 환전성, 시세정보 사용과 관련해 최근 정부와 거래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면서 "우리나라가 검토대상국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이 이루어져야 함을 MSCI가 표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원화 환전성 문제와 관련해 "MSCI는 원화 환전성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원화에 대해 (런던시장 등) 역외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우리 외환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외 외환거래 허용은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곤란하다"고 못 박았다.
이번에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20포인트(0.16%) 내린 1968.83에 마감됐다.
[한예경 기자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