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3조원 넘게 원금손실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증권사들이 '안전형 ELS' 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녹인 조건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올 들어 중국 증시는 20% 이상, 글로벌 증시 평균도 10% 이상 하락한 데다 조건도 좋아져 예전보다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훨씬 줄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지수대가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목표 수익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가급적이면 안전한 상품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상품에 거액을 몰빵 투자하기보다는 수백만 원 단위로 쪼개 여러 상품으로 분산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2일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발행된 지수형 ELS의 평균 녹인 진입구간은 가입 당시 지수 대비 51%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 전 평균 55.8%와 비교하면 5%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녹인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ELS 만기 3년 동안 이 수준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에 더해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기준선을 말한다.
투자자로선 녹인 기준이 낮아지면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홍콩 H지수를 예로 들면 지난 1일 종가(8144.85) 기준으로 녹인 55%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H지수가 4479.67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녹인 50%형은 만기까지 4072.43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녹인 기준이 불과 5%포인트 차이지만 지수로 따지면 400포인트에 달해 위험을 꽤 줄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통상 녹인 기준이 발행 시점 대비 50% 이하면 '저(低)녹인'형 ELS라 부른다. 저녹인 ELS 발행 비중은 지난해 12월 22.9%였는데 올해 1월엔 28.1%로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원금손실 조건이 아예 없는 '노(No)녹인' ELS 비중도 지난해 12월엔 37.8%였는데 지난달엔 40.2%로 2.4%포인트 높아졌다. 안전형 ELS로 분류되는 저녹인과 노녹인 ELS 합계 발행 비중은 지난해 1월 41.6%로 절반에 못 미쳤지만 지난달에는 68.3%로 1년 만에 30%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달 ELS 전체 신규 발행액은 2조9218억원으로 전년 동월(7조1548억원)에 비해 60%나 급감했다. 다만 저녹인이나 노녹인 ELS에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청약한 물량을 다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7~29일 모집한 'ELS 제12084회'는 30억원을 모집했는데 163억원이 몰려 5.45대1에 이르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녹인이 50%로 낮은데도 연 11% 고수익을 제시한 덕분이다. KDB대우증권이 지난달 19일 발행한 'ELS 제15204회'에도 20억원 모집에 청약금 78억원이 몰렸다. 37%로 녹인이 유례없이 낮은데도 연 7.8% 수익률을 지급하는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27~28일 녹인 조건이 없으면서도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수석PB팀장은 "작년까지 노녹인 ELS는 연 수익률이 6~7%였지만 지금은 8~9% 짜리도 많이 나온다"며 "다만 노녹인형이라 해도 대부분 만기 때 기초자산이 가입 시점 대비 60% 이상이어야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