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부터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여윳돈을 굴리던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하반기엔 ELS 투자를 멈췄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ELS가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접어들면서 지수형 ELS도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김씨는 최근 7개월 만에 ELS에 다시 손을 댔다. 원금손실 기준이 가입시점 대비 50%로 낮은데도 연간 제시수익률이 11%로 꽤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1000만원을 청약했지만 경쟁률이 5대1을 넘어 실제 180만원만 가입할 수 있었다.
지난달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3조원 넘게 원금손실구간으로 접어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증권사들이 ‘안전형 ELS’ 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원금손실(녹인) 조건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올들어 중국 증시는 20%이상, 글로벌 증시 평균도 10% 이상 하락한데다 조건도 좋아져 예전보다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훨씬 줄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지수대가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목표수익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가급적 안전한 상품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한가지 상품에 거액을 몰빵 투자하기보다는 수백만원 단위로 쪼개 여러상품으로 분산해야 위험을 줄일수 있다고 지적한다.
2일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발행된 지수형 ELS의 평균 녹인 진입구간은 가입당시 지수 대비 51%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전 평균 55.8%와 비교하면 5%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녹인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ELS 만기 3년 동안 이 수준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에 더해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기준선을 말한다.
투자자로선 녹인 기준이 낮아지면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홍콩 H지수를 예로들면 지난 1일 종가(8144.85) 기준으로 녹인 55%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H지수가 4479.67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녹인 50%형은 만기까지 4072.43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챙길수 있다. 녹인 기준이 불과 5%포인트 차이지만 지수로 따지면 400포인트에 달해 위험을 꽤 줄일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통상 녹인기준이 발행시점 대비 50% 이하면 ‘저(低)녹인’형 ELS라 부른다. 저녹인 ELS 발행비중은 지난해 12월 22.9%였는데 올해 1월엔 28.1%로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원금손실 조건이 아예 없는 ‘노(No)녹인’ ELS 비중도 지난해 12월엔 37.8%였는데 지난달엔 40.2%로 2.4%포인트 높아졌다. 안전형 ELS로 분류되는 저녹인과 노녹인 ELS 합계 발행비중은 지난해 1월 41.6%로 절반에 못미쳤지만 지난달에는 68.3%로 1년 만에 30%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달 ELS 전체 신규 발행액은 2조9218억원을 전년동월(7조1548억원)에 비해 60%나 급감했다. 다만 저녹인이나 노녹인 ELS에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청약한 물량을 다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7~29일 모집한 ‘ELS 제12084회’는 30억원을 모집했는데 163억원이 몰려 5.4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녹인이 50%로 낮은데도 연 11% 고수익을 제시한 덕분이다. KDB대우증권이 지난달 19일 발행한 ‘ELS 제15204회’에도 20억원 모집에 78억원의 청약금이 몰렸다. 37%로 녹인이 유례없이 낮은데도 연 7.8%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다. 지난해까지 녹인이 50%선이어도 연 수익률이 7% 이상 나오는 상품은 찾기보기 어려웠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27~28일 녹인 조건이 없으면서도 연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수석PB팀장은 “작년까지 노녹인 ELS는 연 수익률이 6~7%였지만 지금은 8~9% 짜리도 많이 나온다”며 “다만 노녹인형이라 해도 대부분 만기때 기초자산이 가입시점 대비 60% 이상이어야 수익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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