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통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자산 유출 장기화를 우려한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대거 빠져나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 둔화와 홍콩의 미 달러화 페그제 폐지,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 하락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아시아 주가와 통화 가치의 하락세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항셍지수는 3.82%(749.51포인트) 떨어진 1만8886.30으로 거래를 마치며 2012년 7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9000선 아래로 밀렸다.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 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는 4.33%(362.36포인트) 내린 8015.44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달러화 페그제 폐지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홍콩달러로 된 단기 투자 자산을 급히 처분하면서 매도세를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홍콩은 1983년 이후 32년간 미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의 밴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홍콩달러 매도세가 급증해 페그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홍콩달러 가치는 투기적 매도세 여파로 한때 2007년 8월 이후 8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7.8243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IG그룹의 앵거스 니콜슨 연구원은 "투기세력이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페그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홍콩 역외시장의 위안화 유동성 감소도 홍콩달러의 약세에 대한 전망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금융중심지 홍콩의 증시 급락은 아시아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1%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지수는 2014년 10월24일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 코스피도 작년 8월24일 이후 최저치인 1845.45로 밀렸고 대만 가권지수는 1.98% 내린 7,699.12에 장을 마쳤다.
노먼 찬(陳德霖) 홍콩금융관리국(HKMA) 총재가 지난 17일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 "지난 30여년 간 홍콩 금융시장에 잘 적용된 페그제를 바꿀 계획도, 의도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투기적 홍콩달러 매도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 급락 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어 아시아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면서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진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니콜슨 연구원은 "1992년 영국 파운드와 1997년 태국 바트화처럼 홍콩달러의 페그제가 붕괴될 경우 투기 세력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다른 통화에 연동됐던 통화가 자유로워질 경우 날아갈
홍콩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일머니를 포함한 핫머니가 아시아 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 경제 정책과 미국 금리 정책, 아시아 국가 간 통화 전쟁, 유가 급락 등 다양한 악재 때문에 상반기 아시아 증시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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