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50억원이 채 못 되는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 대청소 작업에 착수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에따라 앞으로 나올 공모 펀드는 출시 후 6개월 안에 15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으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또 자산운용사들이 소규모 펀드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새 펀드를 내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업계와 함께 내달부터 기존 소규모 펀드에 대해 일제 정리에 착수한다.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소규모 펀드는 815개로 전체 공모 펀드 2247개의 36.3%를 차지했다. 공모 펀드 10개 중 4개는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라는 얘기다.
운용사들이 당국 요구에 따라 낸 정리 계획안을 보면 815개의 소규모 펀드 중 내년 5월말까지 우선 581개를 정리한다.
238개는 임의 해지되고 19개는 같은 운용사의 다른 펀드와 합병한다. 또 108개는 다른 모(母)펀드의 자(子)펀드로 편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216개는 각 운용사가 3개월의 시한 내에 추가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모아 규모를 50억원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시도한다. 다만 목표에 미달하면 다시 임의 해지 등 정리 절차를 밟는다.
기존 소규모 펀드 정리와 함께 자투리 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겨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당국은 앞으로 출시 6개월 안에 최소 운용 규모인 15억원을 모집하지 못하면 대표 펀드로 자동 전환되게 하는 조항을 펀드 계약서에 넣도록 업계에 요구했다.
예컨대 고객이 A자산운용사의 중소형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 펀드가 기준 금액을 모으지 못하면 이 운용사가 운용하는 가장 큰 규모의 가치주 펀드로 자동 전환되는 식이다.
'6개월 15억원' 조건을 충족했다고 해도 설정 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소규모 펀드 기준인 50억원을 채우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대표 모펀드에 자펀드로 편입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자투리 펀드 정리에 소극적인 자산운용사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당국은 소규모 펀드가 일정 비율 또는 일정 개수 이상인 자산운용사에 대해 목표를 충족할 때까지 신규 펀드 등록을 제한하는 행정 지도를 내년부터 실시한다.
다만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표는 행정 지도 예고 기간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억제책을 통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6.3%인 소규모 펀드 비율을 내년 말까지 5% 안팎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당국이 이처럼 소규모 펀드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주요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펀드가 영세한 측면이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과 영국, 일본의 공모 펀드 평균 운용액은 각각 20억 달러, 6억1600만 달러, 1억44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우리나라 공모 펀드의 평균 운용액은 5300만 달러(약 610억원)에 그쳤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상적인 분산 투자가 이뤄질 수 없는 소규모 펀드가 난립하면 투
한윤규 금감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운용사가 시장 유행에 따라 타사 펀드를 복제해 펀드를 출시하는 관행이 만연하다보니 소형 펀드가 지속적으로 양산됐다"며 "시장 원리에 의한 소규모 펀드 관리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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