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기관투자가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직전 공매도를 통한 시세조종 △환전상 등 자금세탁을 동원한 외국인의 미공개정보 이용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해외투자 유치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공개정보 이용 등 3가지 분야에 대해 중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2년 반 사이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이 크게 강화되면서 주가조작의 방법이 점차 교묘해지며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집중 단속하려는 차원이다.
금감원이 최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는 블록딜 정보를 이용한 시세조종이다. 최근 대기업은 물론 상당수 중소기업들도 2세 내지 3세로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을 다른 회사로 넘기거나 서로 맞바꾸는 등의 블록딜 거래가 늘고 있다. 문제는 매수자 측에서 보다 싼 가격에 블록딜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블록딜 거래 직전에 해당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함으로써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국내 상장기업들이 미국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늘어나는 외국인 임원들의 불법 거래 증가도 문제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금감원에 외국인투자등록제도가 의무화돼 있어 불공정거래 내역이 쉽게 추적될 수 있다. 이를 피해 일부 외국인들은 국내외 환전상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해외로 빼내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로 한류가 확산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불공정거래의 온상이다.
중국에서 수백억~수천억 원 단위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업체 간 합병 등이 늘면서 해당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중 조사 중인 일부 사건의 경우 혐의가 상당히 유력하게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이 2013년 4월 금융위원회 법무부 국세청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 이후 불공정거래 행위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근절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금융당국은 금감원 특별조사국 신설, 패스트트랙(금감원이 조사 후 검찰에 즉시 통보) 제도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4·18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금감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로부터 통보받은 사건 이외에 금감원이 자체 기획(인지)한 불공정거래 조사 비중은 올해 9월 말 기준 64.7%로 대책 시행 이전인 2011년의 32.0%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의 기소율은 2008~2012년 평균 78.1%였지만 2013~2015년 9월 사이에는 평균 86.1%로 높아졌다.
그 결과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접수 사건은 2011~2012년 연평균 247건에서 2013~2014년엔 182건으로 26%나 감소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116건으로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가 예상된다. 불공정거래 혐의를 접수한 이후 조사에 착수하지 못한 적체 건수는 89건에서
김현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으로 시장이 많이 정화됐지만 여전히 비상장주식이 상장한다거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는 등 허위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사건 발생은 여전하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투자는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