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언론인 출신으로 퇴직 후 고향에 내려가 프리랜서 작가와 강연 활동을 주요 수입으로 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최근 근처 우체국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가입방법을 문의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체국에서는 신탁업 인가가 없어 ISA 가입이 불가능할 뿐더러, 비정기 강연이나 원고료 같은 기타소득자는 가입 대상 자체가 안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국민의 재산증식 수단이라고 홍보하면서 정작 비정규 근로자나 은행·증권사 영업점이 없는 지방 거주자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년 3월 도입을 앞둔 ISA 제도를 놓고 투자자들과 금융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ISA가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행 정부안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SA 도입안에 대해 투자자와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건 △가입 가능계좌 제한에 따른 불편(Inconvenient), △가입자격 제한에 따른 주부·농어민 차별(Seperate), △예금 쏠림 가능성에 따른 당초 도입 목적상실(Aimless)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가입 가능 계좌의 제한 문제다. 현행 정부 도입안은 신탁계좌를 통해서만 ISA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신탁업 취급이 불가능한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단위농협 등 상호금융기관, 신탁업 인가를 획득하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 등에서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신탁업 인가를 보유한 은행·증권·보험사가 근처에 없는 지방의 경우 불편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신탁 뿐만 아니라 저축, 증권, 투자일임 등 다양한 계좌에 대해 가입을 허용해 투자자 접근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는 (금융위·금감원)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됐을 때 감독이 어려워 제외됐다”면서 “신탁업이 종합 자산관리 수단으로 가장 적합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일임계좌에 대해서는 ISA 취급 허용 문제를 검토중인 상황이다.
ISA 가입자격을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명시적인 근로소득 자료가 없는 가정주부는 물론 비정기적으로 원고료나 인세, 강연료 등을 받는 프리랜서, 영농법인에 소속이 안된 농어민 등은 가입이 불가능하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 등 일시소득자도 마찬가지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 전체의 생애주기별 저축·투자계획 활성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려면 ISA 가입대상자는 가급적 폭넓게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ISA 투자 가능자산을 예금·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별 구분 없이 연간 2000만원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상품 판매에서 은행이 힘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정부안대로라면 ISA 역시 예·적금으로 쏠릴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지난 6월17일 ISA 도입 관련 간부회의를 통해 “저금리 상황에서 자금운용의 수익성 제고와 금융시장의 안정적 수요기반으로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대목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SA의 예금 쏠림을 막기 위해서는 영국처럼 제도 도입 초기단계에선 예·적금에 대해 연간 1000만원 정도로 납입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8일 등 2~3차례 조세소위원회를 통해 ISA 제도 도입 세부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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