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은행들이 부실징후 대기업을 판별해 적정하게 충당금 적립했는지 여부를 직접 검사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기업 부채의 부실 위험이 은행권의 생사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고 보고 칼을 빼든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에게 부실징후 기업의 자산건전성 분류를 철저히 하고, 충당금을 최대한 많이 쌓을 것을 지도했다.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9월 말 3분기 결산에서부터 여신별 평가를 강화해 충당금을 최대한 많이 쌓으라고 지도했다. 차후 은행들의 대기업의 건전성 분류 적정성과 충당금 수준을 두고 현장점검과 더불어 결산 검사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부실이 발생하면 수조원의 부실이 그대로 은행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연말 목표 손익을 채우기 위해 충당금을 덜 쌓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의 담보와 미래 사업성까지 철저히 평가해 충당금을 최대한 쌓아야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단기적인 수익을 높이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소홀히 하는 관행에도 철퇴를 놓겠다는 방침이다. 연말 결산 결과 수익이 적게 나더라도 충당금을 철저히 적립해 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을 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미래 충격에 대비해 체력을 보강하는 조치라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하다”며 “다만 연말 목표 수익을 달성해야하는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좀비기업들에게 은행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강화해 자산건전성 분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동일기업에 대해서도 건전성 분류를 달리해 충당금을 쌓아왔다. 담보 유무나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동일한 기업에 대해서도 은행별로 충당금을 적게 혹은 많이 쌓는 기업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에서 부실 징후로 찍힌 기업은 다른 데서 신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그동안 정상기업으로 분류됐던 기업들도 평가 결과 한단계 밑으로 강등될 수 있다”며 “그동안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은행들의 손익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대출 문턱 자체를 높이기보다는 좀더 세밀하게 보자는 뜻”이라며 “기존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되 1년에 한 번밖에 하지 않았던 여신별 분류를 반기, 분기별, 어떤 경우는 상시적으로 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급적 보수적인 기준으로 볼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지도한 것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채권회수에 일정 부분 자율성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위험평가 역시 강화된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대상이 되는 C등급, D등급 분류가 종전에는 주채권은행인 국책은행의 요구에 따라 느슨하게 이뤄져왔다면 앞으로는 시중은행들의 입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은행들에게 제시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채권단 합의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왔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입장은 세계지식포럼 개막강연에 나서는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의 입장과도 맞닿아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티머시 가이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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