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주름잡았던 화장품 음식료 바이오주들이 더 상승할 수 있을까. 이들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회사가 가진 자산가치보다 훨씬 비싼 주식들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시장을 주름잡으며 끝없이 상승할 것 같았던 철강 화학 조선주들이 단 몇년만에 초라한 모습이 된 것을 잊지 말라는 충고들이다.
19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국내 대표 조선주로 시장을 이끌었던 현대중공업의 PBR은 현재 0.4배에 불과하다. 회사가 가진 순자산가치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선업이 최고 호황이던 2007년11월7일 당시 현대중공업의 PBR은 8.5배에 달했다. 8년만에 PBR이 20분의1 수준이 됐고 같은 기간 주가는 52만8000원(종가 기준)에서 10만7000원(16일 종가 기준)으로 5분의1 토막이 났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상승세만 믿고 장기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막대한 손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현대중공업과 함께 시장을 이끌었던 두산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비슷한 시기에 PBR이 각각 7.9배, 12.5배를 기록했다가 최근 0.5배, 1.2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을 이끌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주식인 LG화학 역시 마찬가지다. 2011년4월21일 5.4배를 기록했던 PBR은 지금은 1.8배로 내려 앉았다. 같은 기간 주가는 56만7000원에서 28만9000원까지 하락했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 수록 회사가 가진 순자산 가치에 비해 높게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로 향후 12개월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현재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에 비해 보다 보수적인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PER의 경우 성장기업이면 애널리스트들이 미래 실적을 높게 잡는 경우가 많아 주가가 많이 올랐어도 PER이 낮아 싸게 보일수가 있지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PBR은 좀 더 주가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전체 국내 주식시장이 PBR 1배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좋게 봐도 PBR 10배 근처인 기업들은 과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PBR주들의 실패에 대한 자료는 몇몇 주식들이 아닌 다수 주식들을 대상으로한 통계로도 나타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5년1월부터 지난 10년간 매월 PBR 4배 이상 종목군에 투자할 경우 투자후 1년간 월별 수익율이 코스피·코스닥 시총 200개 종목 평균 수익률보다 저조했던 기간이 7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몇몇 대형사들이 집중 매수하며 장세를 이끌었던 종목들이 고 PBR에도 불구하고 버티다가 지금은 초라해진 만큼 올해 중소형주펀드나 성장주펀드들이 집중 매수하면서 가격을 올렸던 종목들 또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문제는 이들 종목들이 벌써 PBR 고점에서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샘(18배->14배), 삼립식품(15.4배->11.9배), 한미약품(11배->7.3배), 아모레퍼시픽(10.7배->9배) 등 올해 PBR 고점을 기록했던 종목들은 몇달 만에 이미 주가가 꺾이면서 PBR도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품주들의 경우 그 하락 속도와 폭이 예상외로 클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고PBR 종목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들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메디톡스(28.5배), 한미사이언스(16.3배), 동원시스템즈(12.2배) 등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높은 PBR을 기록중이다. 한 자산운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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