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 반색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해 환율 효과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제기했지만 우선 지수는 두 달여만에 2000선을 회복하며 삼성전자 호실적 효과를 누렸다. 전체 시가총액의 14%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급등하면서 전체 지수도 덩달아 오른 셈이다.
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19포인트(0.76%) 오른 2005.84로 마감했다.
지수는 이날 5.22포인트(0.26%) 오른 1995.87로 장을 시작한 뒤 꾸준히 상승폭을 늘려나갔다. 기관의 순매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상승에 가속도를 붙인 덕이다. 결국 코스피는 장 중 2000선을 회복, 2005선까지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000선으 웃돈 것은 지난 8월 10일(2003.17)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시즌의 문을 기분좋게 열면서 국내 증시에도 화색이 돌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잠정)이 7조3000억원으로 2분기(6조9000억원)보다는 5.80% 증가했고, 실적하강 국면에서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3분기(4조600억원)보다는 79.80%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면서 “2개 분기 연속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부문의 실적 호조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최근 IT 업종 투자 심리 악화로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했으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 역시 기존 143만원에서 15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 역시 지수 상승을 지지했다. 외국인은 887억원, 기관은 891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2131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지수의 상승폭을 제한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총 1990억원의 매도 우위가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구성종목으로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의 경우 6.30% 오르며 두드러진 상승폭을 기록한 반면 음식료품, 의약품 등은 3~4% 가량 하락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신약 특허 보호 기간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4.31% 떨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대장주 삼성전자가 8.69% 급등해 125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삼성물산, SK하이닉스, 삼성에스디에스, 기아차 등도 올랐다. 한국전력, 현대모비스, 아모레퍼시픽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밖에 SG충남방적이 TPP 타결 수혜주로 부각하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TPP 타결로 인해 섬유·의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의 의류 수출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경우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SG충남방적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반면 TPP 타결로 의약품 업종이 피해업종으로 부각된 가운데 유한양행(-4.23%), 동아에스티(-6.20%), 한미약품(-5.91%), JW중외제약(-6.70%) 등의 제약사가 일제히 하락했다.
펄프, 휴지 등을 제조하는 깨끗한 나라는 이달 중 중국 1, 2위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 ‘티몰(T-mall)’과 ‘JD닷컴’에 입점 한다는 소식에 점차 상승폭을 늘려 결국 상한가에 진입했다. 깨끗한 나라는 이날 전일 대비 30.00% 오른 74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9.23p(1.34%) 내린 679.8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84억원, 기관이 958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개인이 1333억원 어치를 사들였으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에서는 컴투스, 이오테크닉스를 제외한 대다수 종목이 하락했다. 셀트리온, 다음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단 국내 증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발표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면서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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