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활황을 보인 공모주의 열기가 올해 상반기를 지나고도 계속되고 있다. 리스크가 높아진 불안한 시장상황에서 수익이 높은 공모주가 대안투자처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심은 뜨거워도 개인이 공모주 종목을 분석해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따라 매일경제는 국내 4개 증권사에서 기업공개(IPO)와 공모주 투자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를 한자리에 모아 공모주에 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만 내용을 샅샅이 파헤쳐봤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공모주 투자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이라면 제약·바이오를 비롯해 화장품, 게임 등의 업종을 주목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 내용
-지난해부터 공모주 투자가 활발한데 그 이유는?
▶김태우 유진투자증권 IPO팀 이사=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 각국의 금리는 최저 수준이고, 전반적인 경기상황 등을 감안할 때 초저금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보다는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찾아 다니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공모주 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공모주는 일반적으로 적정 주가에 일정 부분을 할인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상품이다. 전통적으로 신규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과거부터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남형민 대신증권 랩 사업부 이사=은행 정기예금이 1%대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고객의 요구 수익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모주 투자가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대체투자처로 인식돼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able컨설팅 팀장=위험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국면에서 공모주 투자 열기는 대안주 찾기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투자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스마트 머니’의 이동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연초 이후 공모주펀드로는 2조5000억원 가량이 순유입되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주호 KTB자산운용 주식운용팀 부부장=지난해 제일모직, 삼성SDS 등을 비롯해 공모주의 투자 성적이 매우 좋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닥 랠리를 통해 제약·바이오 업종을 비롯한 중소형주들의 주가 상승도 제약·바이오 업종을 비롯한 중소형주 공모주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공모주 종목이 많은데 어떻게 투자할 곳을 골라야 할까?
▶남 이사=공모주 투자는 직접투자 보다는 공모주펀드나, 하이일드신탁 등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하이일드 관련 금융상품의 경우는 ‘공모주 10% 우선배정’으로 인해 직접 청약보다 공모주 배정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계좌개설, 청약신청, 청약금납입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공모주에 대한 전문가의 심도 깊은 종목 분석이 강점이다.
▶이 부부장=개인들이 공모주 종목에 대한 분석을 통해 투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정말 잘 아는 기업이 아니라면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김 이사=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간접청약이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접 청약의 수익률이 좋을 수도 있다고 본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경쟁률, 일반투자자 경쟁률(청약 마감 10분 전) 및 인기 업종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부지런함을 갖춘 투자자라면 직접 청약을 해도 좋다.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간접청약을 하고, 투자 노하우가 없는 투자자는 하이일드 또는 공모주펀드를 추천한다.
-앞으로 상장이 예정된 기업 중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김 이사=올 상반기 제약·바이오, 화장품, 게임 업종이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다. 이런 종목들이 남은 기간 동안 공모주 시장에서도 돋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상장이 예정된 잇츠스킨(화장품)이나 더블유게임즈(게임 개발)를 눈 여겨볼 만 하다.
▶남 이사=제주항공이 유망하다고 본다. 중국 요우커의 유입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증가와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공모주 장기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이 부부장=이번달 수요 예측이 예정된 아이콘트롤스, LIG넥스원 등이 업황이나 펀더멘탈 측면에서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제주항공(저비용 항공), 케어젠(코스메슈티컬 화장품), 휴젤(보톡스·필러), 잇츠스킨(화장품) 등도 공모가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고 기대되는 종목이다.
-상반기 공모주 중에 눈여겨봤던 종목은?
▶김 이사=경보제약, 제노포커스, 코아스템 등 제약·바이오주가 돋보였다. 이 종목들은 장외시장에서도 공모가 대비 높은 가격을 형성했고, 상장 후에도 공모가 대비 높은 가격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남 이사=상반기는 아니지만 단연 미래에셋생명이 돋보였다. 공모금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기업공개(IPO)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를 선호하지 않는 기관투자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두 번째로는 에스케이디앤디를 꼽고 싶다. 에스케이디앤디는 처음 상장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공모가의 2배를 넘는 수익을 안겨줬다.
- 공모주 투자 후 기대 수익률을 어느 정도로 잡고 매도 시점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김 이사=기대수익률을 정하는 것보다 요즘은 매도 시점이 중요하다. IPO 공모주는 이벤트 성격이 강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도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오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장 첫날 동시호가 주문 잔량을 확인해 첫날 또는 둘째 날 매도하는 것이 좋다. 만약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0% 미만에서 시초가가 형성되면 즉시 매도하는 게 좋다.
▶남 이사=어려운 질문이다. 올해 상장한 공모주의 평균 수익률은 50%를 넘는다.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취득한 공모주를 단기간에 매도하고 다른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장기투자를 고려해 봐야 한다. 지난해 상장한 BGF리테일의 경우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성장성이 부각되며 상장 초기 가격보다 3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주 투자시 유의해야 할 점은 뭘까.
▶오 팀장=삼성SDS와 같이 시장에서 대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IPO에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지만 공모주에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량주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실제 개인투자자들이 배정받을 수 있는 수량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모주를 통해 받은 주식의 수익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원금 대비 수익률은 미미할 수 있다. 간헐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하기 보다는 모든 IPO 종목들을 분석해 자주 참여하는것이 중요하다.
▶이 부부장=공모주 투자는 낮은 위험 대비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다. 따라서 눈높이를 낮추고 목표 수익율을 낮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직접 투자를 한다면 청약증거금 대비 적은 배정물량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 수 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공모주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 주식형이나 채권혼합형 펀드 대비 위험이 낮기 때문에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남 이사=공모주 시장은 정부에서도 하이일드 관련 상품(랩, 신탁, 펀드)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카드로 꺼내 들만큼 좋은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열기에 편승해 신규 상장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대부분 좋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상장이나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 산정은 투자자들에게 큰 리스크를 안기는 행위다. ‘
▶김 이사=공모주 투자는 어쩌다 한 번씩 하는 재테크가 아니다. 항상 관심을 갖고 어떤 종목들을 상장하는지 꾸준하게 찾아야 하고, 열심히 분석하는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은 간접투자로 재테크를 해야 한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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