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 임원은 10일 "삼성중공업이 2분기 1조5000억원 규모 손실을 반영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이를 빌미로 최근 몇몇 시중은행이 금리를 대폭 올리겠다고 통보한 상태"라며 "금리를 올려주지 않으면 대출 연장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삼성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린 바 있다.
올해 2분기 3조원 이상 손실을 입은 대우조선해양도 최대주주 산업은행의 우산 속에서 간신히 유동성 위기를 막고 있다. 시중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손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자금 회수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지만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중재로 꼬리를 내린 바 있다.
시중은행은 숨기고 있던 대형 손실이 반영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비용인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호황기 때 국내 금융권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조선사들이 일시적 유동성에 빠졌다고 은행들이 대출자금 회수를 운운하거나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의 경우 세계 유수의 우량 선주들을 확보하고 있고, 초대형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시공에 있어 다른 경쟁사들이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불어닥친 수주 가뭄과 유동성 위기를 넘으면 다시 국가기간산업으로 반등할 수 있는데도 은행이 대출 후려치기에 나서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토로했다.
대형과 중견 조선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금융권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올해 조선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바닥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가 수주와 플랜트 수주 부실화로 인해 초대형 손실을 입은 데다 수주도 조선사들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일 증권업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올해 연간 총 5조6000억원 정도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3조5000억원 적자가 예상되며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여 원, 현대중공업이 6000억여 원 적자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빅3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4조7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조선업 위기에서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선방하고 있는 한진중공업도 올해 수백억 원 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어 결국 올해 국내 모든 조선사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조선 업황 회복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조선업체의 재무상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적자 사태로 한진중공업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주의 깊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제시하는 대출조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진중공업이 대안으로 제시한 담보가치를 면밀히 따져보면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마찬가지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시중은행의 대대적인 자금 회수 러시가 본격화할 경우를 대비해 한진중공업그룹 전반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