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 대비 3.38%(2100원) 하락한 6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제일모직 주가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 전일 대비 2.23%(4000원) 하락한 1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합병 발표 전날인 지난 1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각각 6만9300원, 19만4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3.42%, 9.79%나 급락한 수준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삼성물산을 두고 지분 경쟁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집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지만 양사 합병으로 엘리엇의 지분이 2%가량으로 급격히 줄어들며 지분 경쟁 가능성 또한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사 합병이 결정됨에 따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 움직임이 동조화된 탓에 삼성물산 주가 급락이 제일모직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대0.35로 양사 주가도 해당 비율을 그대로 좇아가게 된다. 이날 종가 기준 양사 주가비율은 1대0.343이다. 양사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로 인해 뉴 삼성물산 잠재매물 부담도 나타난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는 6개월 내에 처분해야 한다"며 "삼성SDI 등이 보유한 뉴 삼성물산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합병 완결 이후 삼성SDI(지분율 4.7%), 삼성전기(2.6%) 등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뉴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러한 단기 주가 약세 요인에도 불구하고 뉴 삼성물산 향후 주가 전망은 밝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제일모직이 사실상 지주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23만원인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올렸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의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서 삼성전자(4.1%)와 삼성생명(19.3%) 직접 보유에 따른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의 지배력 강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프리미엄에 더해 미래 전략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뉴 삼성물산이 약속한 주주 친화 정책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뉴 삼성물산은 배당성향 30% 지향 등 고배당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외국인 투자자 달래기에 나서기 위해 삼성전자 또한 향후 배당 확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뉴 삼성물산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의 중심 기업으로 뉴 삼성물산은 안정적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소비재사업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 부문 성장성에 안정성이 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일단 낮게 보고 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양사 주가 흐름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할 때 주식매수청구 행사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반대매수청구권
그러나 향후 엘리엇의 움직임에 따른 주가 급등락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합병 결정에 따른 호·악재가 교차하면서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병득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