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엘리엇의 갈등은 대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엘리엇 사태는 주주들이 기업에 전하는 ‘경고’ 메시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내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양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결의에 부친다. 그러나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앨리엇은 삼성물산의 주식이 저평가돼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황 회장은 앨리엇과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상황은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2세, 3세로 넘어가는 일방적인 경영권 승계와 주주가치를 고민하지 않는 기업 경영이 한계를 맞았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한국 대기업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경우가 많다”며 “미국 애플의 PBR이 5.2배라는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를 청산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라며 “장부가치 만큼 주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주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서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외부 주주들을 위한 배당정책, 주주친화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주친화적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선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분율이 떨어져 헤지펀드가 공격하는 회사는 투자, 성장, 고용 등을 걷어치우고 지배력 강화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일단 삼성을 도와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한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제도적 자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국익과 관련된 통신, 방위산업 등의 사업체는 해외 자본의 침투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국가경제의 이익을 훼손하는 경
황 회장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제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여야 정치 싸움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말짱한 정신으로 토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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