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에서는 5~9%대대출로 우량 고객이 대거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신한·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모바일 대출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에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범하면서 중금리 대출 '위비모바일대출'을 선보였다. 위비모바일대출은 SGI서울보증과 협약해 출시한 중금리 서민 금융상품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연 5.9~9.7%대 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중간 신용등급 직장인 고객을 위한 모바일 대출상품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을 선보였다. 재직 6개월 미만 직장인은 연 6.89~7.69%, 재직 6개월 이상 직장인은 연 5.39~6.69%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18일 출시한 모바일뱅크 'i-원뱅크'에 중금리 대출상품을 다음달 중 탑재할 예정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점포·인력 등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모바일 대출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밥그릇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상태다. 저축은행 고객 가운데 양호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이용자들을 시중은행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은 중간 정도 신용도인 5~6등급이 98%에 달한다. 중간 정도 신용도인 고객층이 은행으로 빠져나가면 결국 고리 대출만 취급하게 돼 서민 금융사로서 역할이 모호해지고 대부업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10% 이하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을 찾던 고객들이 상당 부분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추이를 봐야겠지만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놓은 모바일 대출은 제2금융권 고객 중 주로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며 "마치 저축은행·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에게 획기적인 금리를 적용하는 것처럼 홍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잇단 5~9%대 대출상품 출시가 단기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2005년 출시한 중금리 상품 '셀렉트론'은 한때 큰 인기를 끌다가 부실 규모와 연체율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 판매 경험이 적고 리스크 관리가 서툴기 때문에 보증보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앞다퉈 중금리 상품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