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29.36%)를 오는 7월 29일 윤 회장 측에 1398억원에 매각한다고 29일 밝혔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주식을 계열사인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과 함께 보유해 왔다. 이로써 윤 회장 측 지분율은 기존 32.52%에서 61.88%로 상승해 경영권이 확고해질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1년 반 동안 최대주주인 윤원영 회장 측과 2대주주인 녹십자 측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계속됐다. 녹십자는 2012년 12월 환인제약이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지분 7.07%를 매입하며 일동제약 주요주주로 발돋움했다.
이후 2014년 1월 개인주주들로부터 지분 12.57%를 추가 매입한 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전환하며 양사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됐다.
지분 20%가량을 보유하게 된 녹십자는 같은 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이 추진해 오던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며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양사 간 갈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올 2월 녹십자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하며 다음달 열린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주총은 일동제약 측 승리로 돌아가며 녹십자의 이사회 진입은 무산됐지만, 언제든 경영권 분쟁 재점화는 시간문제란 전망이 우세했다.
녹십자는 현재 혈액제제 사업 확장을 목표로 북미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캐나다 공장 착공을 앞둔 상태다. 또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신기술을 이용한 사업 분야에도 나서고 있어 상당 규모 투자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종 업체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동제약과 관련된 녹십자의 움직임이 경쟁사에 대한 발목잡기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녹십자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우호적인 방법이 아닌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점이 있다"며 "양측 간에 합의가 있었던 만큼 일동제약 본사에서 협약식을 맺고 지분을 양도했다"고 밝혔다.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측은 30%대 초반의 낮은 지분율 때문에 번번이 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핵심사안들이 벽에 부닥치면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절실했는데, 이 같은 양측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전격적인 지분 매각이 성사된 것이다.
윤 회장 측은 이번 지분 매입 대금 1398억원을 독자적으로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손잡고 녹십자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 회장 측은 H&Q아시아퍼시
다만 경영권 분쟁 이슈로 상승세를 유지하던 일동제약 주가는 당분간 상승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 주가는 녹십자가 경영참여를 공식화한 지난해 1월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강두순 기자 / 이동인 기자 /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