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지배구조법)'에 따라 보험회사나 카드사의 대주주가 금융업법,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실형을 확정받으면 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보험·카드사 53개 중 15개사의 경우 재벌 오너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 회사 중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가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이들 회사는 직접 지분을 보유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오너가 경영을 도맡고 있다. 금융지배구조법은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법이다. 대주주가 금융업법 등을 위반해 1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받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 40%를 보유한 최대주주 A회장이 금융업법 등을 위반해 실형을 확정 받으면 보유지분 40% 가운데 10%를 제외한 3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얘기다.
재벌계 그룹사 특성상 순환출자되는 구조라 한 회사라도 의결권이 제한되면 전체 그룹사의 경영권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너가 최대주주로 있는 2금융사들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금융사들은 모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대주주(삼성생명)로 있거나 이 회장이 다른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삼성화재·삼성카드)하고 있다. 각각 생·손보 업계 2·3위를 다투는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도 하면서 최대주주(33.78%)다. 현대해상도 정몽윤 회장이 최대주주(21.9%)이면서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재벌들이 횡령·배임으로 실형을 받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적용 대상에서 빠져 실효성 논란도 있다. 하지만 조세포탈, 분식회계 등을 처벌하는 조세범처벌법이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금융지배구조법 적용 대상이어서 2금융권 회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다만 금융지배구조법이 시행되기 전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않는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금융업법을 위반해 5월 현재 재판 중이라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금융지배구조법 시행 이후에 나오더라도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2금융권 대주주는 물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대주주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한화나 롯데 같은 대기업들도 오너가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됐다. 현대카드의 경우는 지분관계가 다소 복잡해 최대주주를 가려내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36.96%)지만 '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금융지배구조법에는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최다출자자 1인이 개인이 될 때까지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카드처럼 단순 지분관계만으로는 최다출자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보니 정부당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 등 개별 회사별로 지배구조 상황이 다른 점은 대통령령으로 세부안을 정해 (금융지배구조법을) 적용하도록 돼있다"며 "법안이 공포되고 1년 유예 기간을 갖는 동안 세부안이 짜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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